
세계 최고 축구판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뛴다는 것은 단순히 공을 잘 다루는 기술로 설명되지 않는다. 글로벌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프리미어리거들의 몸은 철저한 훈련과 최첨단 스포츠 과학으로 다듬어진, 하나의 ‘특수한 장치’에 가깝다”며 “그들의 체력은 단순히 건강한 차원을 넘어, 경기의 극한 요구에 최적화된 신체 능력의 총합”이라고 지난 25일 전했다.
엘리트 축구 선수들의 평균 수직 점프 높이는 39~41㎝로 측정된다. 상위권 선수들은 48㎝ 이상을 뛴다. 이는 세트피스 상황이나 공중볼 경합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디애슬레틱은 “중요한 것은 단순한 도약이 아니라 착지 순간에는 체중의 4~6배에 달하는 충격을 온몸으로 흡수해야 하고, 이어서 곧바로 방향을 바꾸거나 재도약을 해야 한다”며 “폭발력과 충격 흡수 능력, 반응 속도가 결합된 능력은 엄청나다”고 평가했다.
수직 점프 후 다시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반응 속도와 점프 파워 지수(RSI·Reactive Strength Index)다. 예를 들어 점프 높이 0.30m(30㎝), 접지 시간이 0.20초라면 RSI는 0.30÷0.20 , 즉 1.5가 된다. 높이가 높을수록 땅에 닿는 시간이 짧을수록 지수는 올라간다. 프리미어리거 평균 지수는 3.0~3.5이다. 일반인은 대부분 2.0 이하다. 프리미어리거들의 몸은 용수철, 트램펄린같은 셈이다.

속도는 현대 프리미어리그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무기다. 지난 시즌 측정된 리그 최고 속도는 시속 37㎞였다. 그러나 감독들이 더 중시하는 수치는 10m 가속 기록이다. 측면 자원들은 평균 1.7~1.9초 만에 10m를 주파한다. 100m 육상 선수가 스타트를 끊을 때와 비슷한 속도다.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거나 압박을 벗어나는 데 결정적이다. 경기당 선수들은 평균 50~60차례 전력 질주를 소화한다. 순간 최고 속도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질주를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들은 경기당 평균 11~12㎞를 뛴다. 이 중 3㎞ 이상은 고강도 달리기(시속 19㎞ 이상)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압박, 전환, 빌드업에 관여하는 미드필더의 체력은 곧 팀의 전술적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프리미어리거들에게는 근력 자체보다 좌우 균형이 더 중요하다. 디애슬레틱은 “하체 근육 좌우 차이가 10% 이상 나면 햄스트링 파열이나 고관절 부상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실제 구단들은 매주 근력·점프·스피드 데이터를 수집해 이런 비대칭을 관리한다”고 전했다. 축구 특성상 사타구니 근육은 과도하게 발달하고, 엉덩이 근육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방향 전환과 킥 동작에서 반복적으로 사타구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방치될 경우 탈장이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선수들은 맞춤형 코어 강화 훈련으로 이를 교정한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몸은 단순히 ‘건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들은 폭발력·스피드·지구력·균형 유지라는 네 가지 축을 동시에 갖춘, 오직 축구를 위해 설계된 특수한 신체다. 농구선수처럼 점프하고, 스프린터처럼 달리며, 마라토너처럼 버티고, 체조 선수처럼 충격을 흡수하면서 재도약하는 초인적인 신체다. 디애슬레틱은 “이 초인적인 신체 능력들이 모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격렬하며, 가장 치열한 리그의 풍경을 만들어낸다”며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 리그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매주 펼쳐지는 인간 능력의 한계 시험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