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잠수함 전쟁, 폴란드는 사브 택했다…한화오션 탈락

2025-11-26

러·우 전쟁 속 발트해 잠수함 증강…폴란드, 스웨덴 A26로 '북유럽 동맹' 택해

한화오션 KSS-III·리튬이온 배터리 앞세워 총력전…장보고함 '무상공여'도 불발

K2·K9 이어 잠수함까지 노렸던 K-방산, 지리·동맹 변수 막혀 '발트해 장벽' 확인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폴란드 해군의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한국 한화오션이 고배를 들었다. 폴란드 정부는 26일(현지 시각) 내각회의 직후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Saab)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발트해의 전략 균형을 겨냥한 핵심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끝내 문턱을 넘지 못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신형 잠수함 사업자로 사브를 선택했다"며 "늦어도 내년(2026년) 2분기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규모는 잠수함 건조분만 약 100억 즐로티(약 3조4000억~3조8000억원)로, 유지·보수·운영(MRO)까지 포함하면 최대 8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번 입찰에는 한국의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 세계 주요 조선·방산업체 6곳이 참여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해 인근 안보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폴란드가 3000t급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해 해상 억지력을 대폭 끌어올리려는 전략 사업이다. 폴란드 해군은 노후 소련제 잠수함 전력을 대체하고 서방형 플랫폼으로 전력을 재편하는 것을 숙원 과제로 삼아왔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에서 독자 개발한 장보고-III(KSS-III)급 잠수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한 장기 잠항 능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기술, 조기 인도 가능성을 핵심 장점으로 부각하며 공격적인 제안을 이어갔다. 폴란드 해군의 작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보고급 잠수함 임대·운용 방안도 검토하는 등 맞춤형 옵션도 제시했다.​

한국 정부가 우리 해군 첫 잠수함인 1200t급 장보고함(SS-I) 1번함을 퇴역 뒤 폴란드에 무상 양도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총력전'의 일환이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거쳐 장보고함 양도를 승인하고, 폴란드 측에 친서를 보내는 등 청와대·국방부가 직접 발 벗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폴란드 수주전 탈락에도 불구, 폴란드에 무상 공여는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폴란드는 스웨덴 A26 잠수함이 인도되기까지 '전력 공백용'으로 장보고함을 요긴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 업체가 폴란드 해군의 초계함, 상륙함, 소해함 사업에 도전할 기회는 열려있다"며 "1994년 실전 배치 이후 약 63만㎞ 이상을 항해하며 한국 잠수함 전력의 출발점 역할을 했던 상징적 전력이 'K-방산 유럽 교두보'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1937년 설립된 사브는 북유럽 안보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스웨덴 대표 방산기업이다. 한때 승용차 브랜드로 대중에 각인됐지만, 현재는 전투기 그리펜(Gripen), 대전차 유도무기 NLAW, 다목적 로켓 '칼 구스타프(Carl Gustaf)' 등으로 유명하다. 사브가 폴란드에 제안한 'A26 블레킹게(Blekinge)'급은 수심이 낮고 염도가 낮은 발트해 해역 특성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스텔스 성능을 높인 '고스트(Ghost)' 기술을 적용해 피탐지 확률을 크게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지역 환경과 위협 인식, 스웨덴과 폴란드 간 기존 해양 협력 등이 사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K-방산의 육상·포병 분야 돌풍과 달리 해양 플랫폼은 운용 환경과 기존 기술·훈련 네트워크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화오션이 기술력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지만, 발트해 세력 균형과 북유럽 안보 구도 속에서 스웨덴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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