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등 주택 전환법 적용 2건에 그쳐
신규 법 마련보다 기존 법 개선이 중요

주택 부족과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된 주택 개발 법들이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낙후된 상업 지역을 주거 지역으로 전환하고 ▶교회 주차장을 저소득층 주택 건설 부지로 활용하고 ▶단독주택 조닝을 다가구 주택 건설이 가능한 지역으로 바꾸는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됐다. 그러나 2025년까지도 이런 법들이 실질적인 주택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택 건설 촉진을 목표로 한 법이 원래의 취지와 달리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곳은 비영리단체 '임비(YIMBY)'의 법률 담당 단체인 '임비 로(YIMBY Law)'였다. '임비'는 도시 개발 확대와 도심 주택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단체로 쇼핑몰 등 효용이 떨어진 건물을 주택으로 바꾸고 조닝을 변경해 거주 밀도가 높은 주택을 늘리는 정책을 추구한다.
'임비 로'는 최근 2021년 이후 가주에서 통과된 주택 건설 촉진 법 5개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5개 법은 그동안 건설 규제로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을 짓기 어려웠던 지역에서 주택 건설 촉진을 목표로 한 것이 공통점이다. 보고서는 이들 법이 주택 공급 확대에 제한적인 역할을 했거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택 건설 촉진법 실패
2021년에 제정된 SB9은 단독주택 조닝에 2~4개 유닛의 다가구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었다. 이 법이 적용돼 발급된 건축 허가는 2023년의 경우 140건에 불과했다.
2022년에 통과된 AB2011은 오피스 건물과 쇼핑몰, 주차장을 아파트로 전환하는 공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이었지만 2023년에 이 법에 따라 인가받은 프로젝트는 단 2건에 불과했다. 2024년에도 8건에 그쳐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
같은 해에 통과된 SB6는 취지와 내용 면에서 AB2011과 유사한 법이었다. 이 법이 AB2011과 다른 점은 주택 전환 공사를 할 때 임금과 고용 인력에 대한 규정이 엄격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이 법을 활용한 프로젝트는 보고된 것이 없다.
지난해 통과된 SB4는 교회와 학교가 소유한 토지 중에서 규정에 맞는 곳을 저소득층 주택 건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임비 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법에 따라 건축이 시작된 사례는 아직 없다.
▶법이 실효성 못 거둔 이유
'임비 로'의 소냐 트라우스 국장은 일부 법이 아직 시행 초기 단계라고 전제하면서도 "상황이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트라우스 국장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요건과 규정이 추가된 점을 꼽았다.
일부 법에는 개발업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거나 법률이 규정한 높은 임금 기준을 지급해야 하는 등 노동 규정이 강화되면서 주택 건설 사업에 뛰어들기 꺼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를 저소득층 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이들 법에는 신축 주택 단지의 일정 비율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포함된 탓에 디벨로퍼의 외면을 받았다.
로컬 정부의 저항도 있었다. 법이 통과된 이후 로컬 정부가 조례를 통해 건물 크기를 한정하거나 저소득층 주택 비율을 추가로 요구하고 법이 적용되는 건물 소유주를 제한하면서 법의 실용성을 약화시켰다. 예를 들어, SB9이 통과된 이후 이를 제한하는 로컬 정부의 조례 140개가 쏟아져 나오면서 법을 위축시켰다. 토런스와 위티어, 레돈도비치, 카슨시는 "토지 이용과 커뮤니티 조성에 관한 시 정부의 권한을 빼앗겼다"며 SB9 무효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2023년에는 주의회가 이런 성격의 지방 조례를 무효화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뒤채만 유일하게 효과
주택 개발 촉진을 목표로 한 캘리포니아의 법 중 유일하게 큰 성과를 거둔 것은 별채(ADU) 관련 법이었다. 주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뒤채 허가가 2만8000건을 넘었다.
UC데이비스의 크리스 엘멘도프 법대 교수와 UC샌타바버러의 클레이턴 놀 정치학과 교수는 뒤채가 성공한 이유로 로컬 정부가 노동 규정이나 환경영향 검토, 추가 비용, 주차장 요구 등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법 개정을 꼽았다.
트라우스 국장은 "별채법도 약 5년간의 개정 과정을 거친 후에야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효과가 없는 다른 법들도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비 로'가 발표한 보고서는 카운티와 시가 주정부에 제출한 허가 건수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주의회는 올해 첫 번째 주택 관련 청문회에서 새로운 법안 제정 논의가 아닌 기존 법의 실효성 평가에 집중했다. 가주 하원의 매트 헤이니 주택위원회 위원장은 "의회는 단순히 더 많은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효과가 있는 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실효성이 없을 경우, 법을 수정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유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