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사·카드사 등 국민과 밀접한 서비스부문의 정보 해킹·유출이 잇따른 가운데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아직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비장함 마저 엿보인다.
정부는 국가 정보보안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가 총망라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 대책'을 22일 대국민 브리핑 형식으로 내놓았다. 이번 대책이 바로 시행할 것 중심이 단기 처방이라면 올해 안에 장기 과제까지 담긴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번번이 믿고 맡겼던 것을 도둑 맞은 것 같은 충격과 상실감을 받았을 국민 입장에선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번 종합 대책에서 그간 되풀이됐던 방패 역할 보다는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고 수술하는 방향으로 전환적 조치를 취한 것에 일단 기대가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보호 대상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한 점이다. 그간 여러차례 대형 해킹·유출 사고 뒤 나온 정부 대책이란 것을 보면, 피해당사자인 국민은 없었다. 오히려 해당 사고의 진원인 기업이 피해자인냥 대책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기금 조성까지 검토하며 발생한 비해 구제와 국민 보호를 고려한 것은 가장 변화된 조치로 보인다. 또 책임 주체인 기업을 상장사 전체로 넓혀 정기적인 점검과 정보보안 투자를 독려한 점도 보인다. 아예 기업별로 보안 수준과 정도를 매겨 등급 공개하는 방안까지 준비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 기업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객 정보와 대국민 서비스 사용자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놓고 대처하는 기업이 더 신뢰 받는 국가적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역으로 이를 등한시 할 경우, 어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가졌다한들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아울러 정보보안이 지금 단계의 정보기술(IT)분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인공지능(AI)·데이터·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보안체계로 확장시켜 나갈 의지를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앞으로 사회는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다. 데이터가 자산이고 경쟁력인 시대로 간다. 그것이 뚫리고 잃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망선고와 같다.
AI 자체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게 맞춰 국가적 정보보안 체계와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책과 연내 나올 국가 전략이 그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실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