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이 부니 별이…’
간송미술관 보유 99점이 생동감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길어진 설 연휴, 무엇을 할지 고민이라면 가족과 함께 전시장 나들이는 어떨까.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와 보물을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만든 전시다. 겸재 정선, 혜원 신윤복의 그림과 추사 김정희의 글씨 등 한국의 국보와 보물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 어린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다.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국보, 보물 등 99점이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돼 8개 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수록된 그림 30점을 이용해 만든 미디어아트는 신윤복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에 가상의 이야기를 입혀 볼거리와 스토리텔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기생 ‘춘홍’을 중심으로, 춘홍의 정인인 서생 ‘이난’과 ‘춘홍’을 탐내는 ‘최대감’의 삼각관계 이야기를 그림으로 엮어냈다. 달밤 아래 남녀가 비밀스레 만나는 ‘월하정인’, 단옷날 그네타기 놀이를 나온 여인들을 그린 ‘단오풍정’, 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주유청강’ 등 신윤복의 그림 속 명장면이 사방 벽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겸재 정선이 금강산과 관동 지방의 절경을 찾아 나서 그린 ‘해악전신첩’과 ‘관동명승첩’ 또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관동팔경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계절에 따라 변하고, 금강산의 웅장한 봉우리들이 낮과 밤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정선의 ‘금강내산’과 이정의 ‘삼청첩’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장점을 살렸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동하는 금강산의 모습과 자개로 표현한 금강산의 절경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겹겹이 드리워진 천을 통과하며 점차 그림에 다가가게 연출해 신비로운 느낌을 살렸다. 코끝으로도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전시실마다 작품과 주제에 어울리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미인도’를 전시한 공간에선 꽃향기가, 추사 김정희의 힘찬 붓질을 역동적으로 연출한 전시에선 은은한 먹향이 피어오른다.
사유하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만든 17.5㎝의 작은 불상이다. 이를 테마로 한 전시실에선 물에 잠긴 작은 불상 위로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추가 움직인다. 시간의 영원성 앞에 선 인간의 유한함, 부처의 자비 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설 연휴 기간 문을 연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별미’를 추천한다. 중국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과 공동기획한 전시로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 148점을 소개한다.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중국 근대 회화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쉬베이훙의 ‘전마’는 간단한 필묵선 몇개만으로 달리는 말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치바이스의 ‘연꽃과 원앙’, 우창숴의 ‘구슬 빛’ 등도 주목할 만하다.
과천관에서는 전통을 잇는 동시에 변화해온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이, 서울관에선 1970년대 실험미술 운동에 앞장섰던 이강소의 60년 예술을 돌아보는 회고전 ‘풍래수면시’가 열린다. 서울관은 설날(29일)엔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