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이재명 정부 출범에 정치 교착 해소…재정 확대는 신용도 압박 요인"

2025-06-05

'한국 대선 결과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다' 보고서 발표

"재정확대, 장기적으로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변수"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이재명 정부 출범에 따라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민주당 소속이 되면서 당분간은 정책 추진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전날(현지 시각) '한국 대선 결과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다'란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번 대선 결과는 적어도 2028년 총선까지 행정부와 입법부가 같은 정당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간 지속돼 온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난 10여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 등 반복된 정치적 스트레스를 겪었음에도 국가 신용도에 직접적인 손상을 피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거버넌스 복원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은 주요 정책 과제로 언급됐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두 번째 추경이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규모는 약 3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1.1%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에 이은 것이다.

피치는 이런 재정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약 47%로, AA등급 국가의 중앙값과 유사하다"며 "향후 본예산(9월 발표 예상)에서 중기 재정 방향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국가의 'AA-'(안정적) 신용등급은 단기적으로 재정 지원의 완만한 상승을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부채가 중기적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경우, 현재의 'AA-' 안정적 등급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 외교 측면에서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새 정부의 초기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피치는 "한국의 대미 관세는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 논의는 비관세 분야로 옮겨갈 수 있다"며 "미국이 한중 간 무역 관계 약화를 시도할 때 민주당의 균형외교 노선과 충돌하며 협상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분야로는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이 거론됐다.

피치는 "한국산 자동차는 현재 미국에서 25%의 고율 관세를, 철강은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며 "전체 대미 수출의 약 3분의 1이 이들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중국 수출 제한과 맞물려 미국의 추가 규제가 가해질 경우 한국 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대규모 재정 확대와 동시에 무역 리스크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은 가운데 피치는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피치는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되지만,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고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이재명 정부 출범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향후 정부의 재정 기조와 통상 정책, 글로벌 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국가 신용등급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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