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불게 된 ‘한강 신드롬’이 젊은 시절 한강도 소환했다. 각 방송사는 아카이브를 털며 20여년 전 한강의 20대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EBS 유튜브 채널 ‘EBS 교양’은 지난 15일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20대 시절 여행은 어떤 감성인가요. 작가의 소설 여수의 사랑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1996년 EBS에서 방영된 ‘문학기행 - 한강의 여수의 사랑’을 편집한 내용이다. 여기엔 당시 20대였던 한강이 여수항·진남관·돌산도와 같은 전남 여수 곳곳을 다니며 자신의 소설 『여수의 사랑』작품 세계를 직접 소개하는 모습이 담겼다. 『여수의 사랑』은 95년 출간된 한강의 첫 소설집이다.
한강은 영상에서 빨간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가방을 멘 채 버스에서 내렸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뒷목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헤어핀으로 고정한 채였다. 여수에 오는 날 안개로 비행기가 결항해 고속버스를 타고 오느라 예정 시간보다 7시간 늦게 도착했다. “오느라 힘들었죠”라는 제작진 말에 한강은 “아니에요”라며 웃었다.
성우는 여수 고속버스터미널에 나타난 한강의 첫 등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름 앞에 소설가라는 직함을 달기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스물일곱의 처녀. 그녀가 많은 비평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린 작품이 여수를 배경으로 한 『여수의 사랑』이다.”
한강은 여수를 작품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여수라는 이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가 ‘아름다운 물(麗水)’이라는 고장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여행자의 우수(旅愁)’라는 한자도 있어서 중의적인 것 때문에 여수를 택한 거예요.”
한강은 이런 말도 남겼다. “젊기 때문에 어두울 수 있다 생각하거든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밝아지는 그런 부분도 있을 거 같고, 사람은 누구한테나 말할 수 없고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여도 다 상처가 하나씩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거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소설 속) 인물을 설정하게 된 거 같아요.”
지난 16일 KBS 유튜브 채널인 ‘옛날티비 : KBS Archive’는 한강이 99년 ‘TV책방’에 출연했을 당시를 공개했다. 해당 방송은 한강의 첫 장편 『검은 사슴』을 화제작으로 다뤘다. 진행자는 방송에서 “섬세한 감수성과 힘 있는 문장으로 문단계 주목을 받는 젊은 소설가”라며 한강을 소개했다. 당시 한강은 앞머리가 있는 단발머리였다. 방송에선 책에 둘러싸인 한강이 컴퓨터를 쓰며 작업하는 모습도 나왔다.
소설을 쓰는 데 있어 소설가인 아버지(한승원)가 끼친 영향을 묻자 한강은 “자라면서 계속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 덕분”이라면서도 “하지만 다른 누구나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문학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그 과정은 내밀한 것이고, 말로 쉽게 말할 수 없는 개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제목을 ‘검은 사슴’으로 지은 이유에 대해선 “(검은 사슴이) 실재하는 동물은 아니다”라며 “검은 사슴은 깊은 땅속 암반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는 짐승이다. 평생소원은 햇빛을 한번 보고 사는 것인데, 이 동물의 상징을 통해 존재 어둠 속에서 빛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한강씨가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냐”는 진행자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쓰고 싶다기보다 저한테 가장 순간순간 절실한 것, 그래서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들을 쓰고 싶습니다.”
한강의 젊은 시절 영상들은 유튜브에서 공개 이틀 만인 17일 조회 수 48만 회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엔 “노벨수상가의 다큐멘터리도 자막 없이 본다” “그 시기를 견뎌준 한강에게 고맙다”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