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배우로 일하며 100편의 영화에 출연한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69)가 사진작가로 변신해 화제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저우는 '홍콩 아침'이란 타이틀을 단 개인 사진전을 통해 직접 찍은 사진 30점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홍콩의 유명 쇼핑몰 하버시티가 주최했다. 저우는 "사진은 내 삶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신문에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홍콩의 번화가인 센트럴 지구에서 아침 운동을 해왔는데, 이번 사진전을 위해 평소보다 이른 새벽 5시부터 도심 구석구석을 돌며 촬영했다고 한다. 그는 "이른 시간 센트럴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며 "나도 (배우가 되기 전) 센트럴 지구에서 (벨보이로) 일한 경험이 있어 이 거리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은 꽃, 홍콩의 거리 풍경, '셀카' 연작 등 3개 주제로 구성됐다. 그는 꽃을 즐겨 찍는 이유를 묻자 "꽃은 불평하지 않고 어떻게 찍어도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셀카 연작에는 거리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SCMP에 따르면 그는 산책할 때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게 검은 옷을 주로 입는다.
저우의 유명세만큼 전시회는 큰 화제를 모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출품작인 '무제(無題)'는 30만 홍콩달러(약 5600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저우의 뜻에 따라 내년 1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판매 수익금은 일부 비용을 제외하고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앞서 그는 지난 2018년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5월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기자회견에선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져오니,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 없다"며 "하루 밥 두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줬다.
저우의 삶도 다를 바 없다. 그는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 지하철을 타거나 노천식당에서 소박한 식사를 즐긴다. 노키아 휴대전화 한 대를 17년간 쓰고, 본인 명의의 자동차조차 없는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저우의 또 다른 취미는 마라톤이다. 매일 10㎞씩 뛰면서 건강관리를 해온 그는 지난 1월 21일 홍콩 침사추이에서 열린 마라톤에 출전해 하프 코스를 2시간 26분 8초에 완주했다. 내년에는 2시간 15분에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