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암 유발할 수도"…담배처럼 경고문 붙이려다 결국 '발목' 잡혔다

2025-12-29

미국 콜로라도주가 추진한 가스레인지 건강 경고 라벨 의무화 법안이 가전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소송전에 휘말리며 무기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가스레인지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보건 당국의 경고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업계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29일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앨런 K. 첸 덴버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가스 업계가 상식적인 수준의 안전 규제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6월 콜로라도주는 가스레인지에 “실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라”는 내용의 노란색 경고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담배 갑에 붙는 경고 문구처럼 가스레인지 사용이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법은 지난 8월 6일 시행됐다.

하지만 가전제조업자협회(AHAM)는 즉각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 법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강제로 게시하게 해 수정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덴버 연방법원은 최근 재판 기간 동안 법 시행을 중단시키는 예비적 금지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첸 교수는 “가스레인지 연소 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1급 발암물질이 배출된다는 증거는 이미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미국의사협회는 가스레인지가 어린이 천식을 유발·악화시킨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가스업계가 독성학자 줄리 굿맨에게 돈을 주고 “가스레인지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굿맨은 8년 전에도 담배회사를 위해 비슷한 증언을 한 바 있다. 당시 한 판사는 그의 증언이 “과학계의 일치된 의견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첸 교수는 만약 이번 소송에서 가전 업계가 승리할 경우 치명적인 전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돈을 주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연구를 만들거나, 전문가를 고용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경고 라벨 법이 사라지면 결국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제품을 사기 전에 사람들이 건강과 안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기업 이익 때문에 경고 라벨 같은 규제가 무너지면, 우리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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