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팩 장소 美 새너제이 SAP센터 가보니
굳게 닫힌 문…행사 준비 한창인 모습도
애플 혁신 상징 지역서 ‘AI 선점’ 의도 담겨
“한 열흘은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삼성전자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 공개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언팩 행사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SAP센터 정문에서 만난 한 외국인 행사 스태프는 ‘누가 와서 언팩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너털웃음과 함께 이같이 답하며 연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건물 정문 양옆 외벽엔 갤럭시 언팩을 예고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앞서 갤럭시 언팩 초대장에서 봤던 스마트폰 네대의 둥근 모서리가 모여 ‘갤럭시 인공지능(AI)’ 로고를 만들어낸 그 장면이다. 주변엔 ‘GALAXY AI’(갤럭시 AI)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였다. 굳게 닫힌 유리문 뒤에선 행사 스태프들이 다음날 언팩을 위해 한데 모여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건물 전체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면서 베일에 싸인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언팩은 2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에 열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언팩에 이어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갤럭시 S 최신작을 선보인다.
새너제이는 삼성의 스마트폰 최대 경쟁자 애플의 기술 혁신을 상징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애플은 1987년부터 2002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자사 최대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대회(WWDC)를 새너제이에서 개최하며 전 세계에 기술 혁신을 선보였다. SAP센터는 현재 애플 본사인 쿠퍼티노 ‘애플 파크’까지 차로 12분 거리로, ‘애플 뒷마당’에 위치해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새너제이에서 ‘최초의 온디바이스(기기내장형) AI 스마트폰’인 S24 시리즈를 공개하며 애플에 앞서 AI폰 시장을 선점했듯, 다시 한 번 새너제이에서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해 앞서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SAP센터는 미국 프로아이스하키팀(NHL) 새너제이 샤크스의 홈구장이자 각종 공연이 열리는 스포츠·오락 복합시설이다. 공연·음악 전문지 폴스타가 2005년과 2007년 ‘올해의 아레나’로 선정한 곳으로, 새너제이에서 한 번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2000명 이상의 미디어, 파트너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언팩 행사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 파트너들의 이목은 음성 비서 ‘빅스비’에 쏠려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전 세계에 보낸 언팩 영상 초대장에선 에이전틱 AI로 거듭난 빅스비를 엿볼 수 있었다. 영상에선 “삼성 갤럭시 언팩이 언제야? 내 달력에 적어줄 수 있어?”라는 음성이 나오는데, 빅스비가 거대언어모델(LLM)과 결합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고도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KB증권은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량을 3700만대로 추정하며 2016년 갤럭시 S7 시리즈(4900만대) 이후 최대 판매량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같이 분석하며 “갤럭시 S25 AI 기능이 LLM 기반의 대화형 AI 에이전트를 최초 탑재하고 하드웨어의 경우 전작 대비 크게 개선됐는데, 가격은 수요를 고려해 소폭 인상 또는 동결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새너제이=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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