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생도 어려워하는 수학 문제를 푸는, 최근 방영된 다큐멘터리의 ‘5세 고시반’ 아동의 모습은 기괴하다. 공교육의 존재감은 없어진 지 오래고, 한국적 교육열의 멸칭 ‘치맛바람’은 수십년째 진화를 거듭해 엄마들은 이제 학령기 이전의 아이까지 ‘공부 기계’로 만들며 마침내 학대와 다르지 않은 ‘5세 고시’에 이르렀다. 교육부총리 임명이 정권마다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 병적인 현상을 놓고 대입 전형방식 다양화나 인공지능(AI) 교과서 등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 아닌, 근본적 해법을 내놓을 교육 전문가가 절실하다.
‘노답’ 정치인들은 반국가세력으로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흔들린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할 초자본주의 사회다. 돈이면 못할 것이 없는 이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질은 노동을 통한 재화 생산력에 달렸기에, 한국에 사는 부모 대부분에게 교육의 주된 목표는 자녀의 ‘자본주의적 생산성’ 향상, 즉 넉넉한 소득에 있다. 그러므로 ‘출혈’이라 할 정도의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로라도 자식이 고소득자가 되어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시키려 한다.
이 프로젝트에 직접 연루된 이는 주로 ‘엄마’다. 한때 고소득을 꿈꾸던 직장인이었을 30~40대 여성의 절반은, 그러나 엄마가 되는 동시에 ‘구조적으로’ 회사에서 밀려나고, 그중 많은 이는 초자본주의 사회의 시민답게 또 다른 생산성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독박육아’에 처함으로써 오랜 기간 준비했을 연봉 소득자 트랙에서 강제적으로 내려온 이들이, 자녀교육을 통한 ‘모성적 생산성’ 트랙으로 ‘갈아타게’ 되는 것이다. 다수가 고등교육 수혜자일 30~40대의 그녀들은 높은 수준의 정보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발로 뛰는 교육부 공무원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고교학점제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다양한 혁신안을 비웃듯 ‘치맛바람’에서 훨씬 더 진화한 형태의 모성적 생산성을 실행한다. 그러므로 ‘5세 고시’라는 이 기괴한 현상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서 자본주의적 생산성을 빼앗은 대가이자, 모성적 생산성의 예견된 결과일 뿐이다.
한국 교육개혁의 큰 그림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그 ‘보조’로 두는 것이어야 한다. 사전 작업으로는 엄마가 된 여성들이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자본주의적 생산성을 유지하게끔 제도와 문화를 개선해,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자녀교육을 통한 모성적 생산성 증진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장관들보다 많은 권한을 가진 교육부총리는 노동부, 성평등가족부, 법무부 등 여러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여성의 포부와 능력이 자녀의 교육 기획에만 쓰이지 않도록 다각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초조한 표정으로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5세 ‘고시반 문 앞’이 엄마가 된 한국 여성의 생산성이 발휘될 유일한 자리라면, 사교육은 그 시작 연령을 낮춰가며 지속적으로 확장돼 결국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교육개혁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은 이처럼 자본주의적 생산성을 포기당한 채, 모성적 생산성으로 그들의 역할과 능력을 제한하고 전환하는 여성들의 ‘강제된’ 상황도 볼 줄 아는 교육부총리를 필요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