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부정 여론에도 강행 의지
美 관세 등 대응 1인 최대 10만엔 검토
야당 “외국인 360만명도 주나” 비판
국민 55% “참의원 선거용 퍼주기” 반대
“차라리 소비세 낮추자” 목소리도 나와
정부·여당은 신속 지원 어려워 난색
이시바 시게루 일본 내각이 고물가와 미국 관세 부과 대응책으로 검토 중인 전 국민 현금 지원 방안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논의여서 여론도 딱히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1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제2야당 일본유신회의 야나가세 히로후미 참의원(상원) 의원은 지난 14일 결산위원회에서 “코로나19 지원금 등 혜택에 외국인도 대상이 됐다”며 현금 지원 대상 범위를 물고 늘어졌다.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지원금은 신속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고,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도 그런(전체 주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하자, 야나가세 의원은 “물가고로부터 ‘국민’ 생활을 지킨다는 것이 현금 지원의 핵심 이유 아닌가”라며 “전 국민에게 10만엔(약 100만원)을 나눠준다면 재류 외국인 360만명에게도 3600억엔(3조6000억원)을 나눠줘야 한다. ‘국민’ 지원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주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현금 지원 대신 현재 10%인 소비세를 깎는 방식의 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세는 연금 등의 핵심 재원인 데다 감세 조치를 하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하는 만큼 ‘신속한 지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부·여당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은 최근 NHK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소비세는 상당 부분이 사회 보장의 중요 재원”이라며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최고고문도 노다 요시히코 대표를 만나 당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감세론은 ‘포퓰리즘’이라며 수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정부·여당은 물가고·관세 대책으로 소득과 무관하게 1인당 최소 3만엔(30만원), 최대 10만엔(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나, 12∼13일 실시된 교도통신 조사에서 찬성은 37.5%에 그쳤고 반대가 55.3%로 과반을 차지했다. 마이니치, 요미우리 신문이 각각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반대 이유로는 ‘선거 목적의 퍼주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현금 지원보다는 감세가 낫다’를 꼽은 이들이 많았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선거 목적으로 선심성 공세를 한다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으며 “(경제 정책을 추진할 때는) 효과가 있을 것인지, 어떤 것이 도움되는지,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해 나간다”고 말해 현금 지원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는 한국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마이넘버카드 소지자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도 부상하고 있다.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 지도부 인사들은 전날 도쿄에서 진행한 회담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기하면서 마이넘버카드 미소지자에게만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마이넘버카드 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드에 건강보험증 기능을 추가한 ‘마이너보험증’을 만들거나 공적 급여금 수령 계좌 등록을 마친 사람들에게 포인트를 주는 ‘마이너포인트’ 사업을 실시 중이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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