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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여러 리그 여러 팀에 몸담았는데, 이제껏 경험한 프리시즌 중 이번 겨울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보니 90분을 넘어 100분을 뛸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진 것 같아 만족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 제주 SK가 겨울 훈련 캠프를 차린 일본 가고시마는 예상외로 쌀쌀했다. 여느 해 낮 최고 섭씨 15~20도인 기온이 올해는 5도 정도로 뚝 떨어졌다. 바람이 제법 거셌고 진눈깨비도 흩날렸다. 제주 공격수 남태희(34)는 “K리그1 새 시즌(15일 개막)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한국과 기온 차가 너무 크면 오히려 좋지 않다”며 “개막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태희는 지난해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뛰던 중 여름 이적 시장에 제주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김학범 제주 감독의 부름에 응했는데, K리그 팀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잔부상으로 8경기(3도움) 출장에 그쳤다. 남태희는 “제주가 지난 시즌 리그 최저 득점(38골) 팀이다. K리그 데뷔골을 넣지 못해 아쉽고 부끄러웠다”며 “공격진 최고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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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은 겨울 훈련 기간에 ‘100분 축구’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전후반 정규시간인 90분을 넘어 100분간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훈련 도중 미니게임을 진행할 때면 김 감독은 “더 압박해” “물러 서지마” “볼 뒤로 돌리지 마” 등 불호령을 쏟아냈다. 남태희는 “김학범 감독님 훈련의 강도가 높다는 건 익히 들어 알았다”면서도 “직접 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체력 좋은 어린 후배들도 나만큼 힘겨워하는 걸 보며 위안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혹독한 담금질 덕분에 남태희는 ‘감귤 메시’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과거 ‘카타르 메시’로 불렸던 그에게 제주 팬들이 붙여준 새 별명이다. 등 번호도 지난 시즌의 11번 대신 과거 해외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달았던 10번을 받았다. 그는 “등 번호는 그저 숫자가 아니다. 10번은 9번(스트라이커)과 함께 팀 공격 전술의 구심점”이라며 “등 번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지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올 시즌 도전 과제는 10골·10도움이다. 내가 목표를 달성하면 제주도 1차 과제인 상위 스플릿(1~6위) 진출을 넘어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전력 보강의 마지막 숙제가 스트라이커와 윙어 영입이다. 두 자리 모두 외국인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쓸 만한 자원들을 영입하기 전까지는 (남)태희가 해결사 역할까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는 오는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 FC서울과 홈 개막전을 치른다. 김 감독은 “서울이 포지션별로 보강을 잘했다. 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울산 HD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을 만한 팀”이라면서도 “상대가 누구든 안방에선 무조건 이기겠다. 100분 축구로 서울부터 매운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