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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시환은 24홈런을 때렸다. OPS도 0.8을 넘겼다. 액면만 놓고 보면 크게 부진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직전 시즌 성적이 워낙 좋았다. 2023년 타율 0.298에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리그 유일한 30홈런-100타점 타자였다. 30홈런을 넘긴 타자도, 100타점을 넘긴 타자도 노시환 혼자였다.
직전 시즌 성적이 워낙 좋다 보니 지난난해 낙폭이 더 크게 느껴졌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전년도에 너무 좋은 성적을 냈고, 모든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졌는데 거기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왔다”고 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크게 움츠러들지는 않았다. 노시환은 “2023년 때도 솔직히 그 정도 성적을 바라진 않았다. 지난해가 너무 못한 시즌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지도 않았다. 올해 다시 하면 된다. 괜찮다”고 말했다.
경남고 대선배 이대호와 함께 훈련한 효과도 기대 중이다. 노시환은 “재작년에 이대호 선배님하고 훈련했다가 작년에는 안 했다. 선배님도 바쁘셨고, 저도 시상식 다니고 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안 맞았다. 올해는 이대호 선배님이 먼저 ‘운동 같이 한번 하자’고 부산으로 부르셨다”면서 “올해 다시 선배님 기운을 좀 받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현역 시절 이대호 하면 대표적인 ‘공보고 공 치는 타자’였다. 자신만의 감각이 워낙 탁월했던 탓에 다른 타자들이 보고 배우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시환은 “그렇지 않다. 겉으로 말은 그렇게 하셔도 깊이 있게 같이 운동하면 좋은 이야기 정말 많이 해 주신다”고 했다. 타구 방향에 대한 조언이 특히 도움이 됐다. 노시환은 “사실 작년에는 타구 방향성이 많이 무너졌다. 좌중간에서 우중간 방향으로 타구를 많이 보내야 하는데 워낙 그게 안 되다 보니 연습할 때도 폼만 생각하고 그냥 쳤다. 선배님이 그런 부분을 많이 잡아 주셨다”고 했다.
핑계로 삼고 싶지는 않지만, 노시환 역시 지난해 초반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판정이 나올 때 자기도 모르게 멘털이 흔들렸다. 노시환은 “한 번씩 이상한 공이 (스트라이크로) 잡히니까 다음 타석에도 솔직히 영향이 미치더라. 초반에 잘 안 맞을 때도 계속 그 잔상이 남더라”고 했다. 오심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그런데 오히려 기계가 심판을 보니 더 힘들었다고 했다. 노시환은 “심판분들이 한 번씩 잘못 보실 때는 그냥 ‘아 실수하셨구나, 오케이. 다음엔 더 잘 봐주시겠지’하고 넘어갈 수가 있는데, 기계한테는 뭐라고 할 말도 없지 않으냐. 어이가 없는데, 다음번에 또 같은 공 들어오면 또 잡아주는 거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1년간 고생을 한 만큼 올해는 정말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ABS존을 1㎝ 낮추기로 한 것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지난해 노시환은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다. 올해는 일단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고 싶다. 겨울 동안 체중도 10㎏ 정도 줄였다. 몸이 훨씬 가벼워졌고, 방망이도 훨씬 날카롭게 돌아간다고 느끼는 중이다. 구체적인 숫자를 정해두진 않았지만, 홈런왕은 다시 해보고 싶다. 2023시즌 노시환까지 3년 연속 국내 타자가 홈런왕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은 NC 맷 데이비슨이 46홈런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KIA 패트릭 위즈덤 같은 슬러거도 가세했다. 토종 거포 대 외인 거포 간 자존심 싸움도 올 시즌 관전 포인트다. 노시환은 국내 타자 중 홈런왕을 기대할 만한 최유력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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