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에이스 1명이 팀에 끼치는 영향은 다대하다. 그저 몇 승을 팀에 더 가져다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던지는 동작 하나하나가 다른 투수들에게 교본이 되고, 말 한마디가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계기가 되고는 한다. 그 베테랑 에이스가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38)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좌완 김범수(30)는 부쩍 표정이 좋아졌다. 직구 구위는 여전하고, 커브가 특히 좋아졌다. 올해부터는 결정구로 써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힘 빼고 던지라’는 류현진의 한 마디가 크게 도움이 됐다. 야구하면서 내내 들어왔던 말이지만, 류현진의 말이라면 그 무게가 또 다르다. 김범수는 “캐치볼만 같이 해 봐도 눈에 보이는 게 너무 다르다”고 웃었다. ‘힘 빼고 던진다’는 건 쉽고도 어려운 과제다. 그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류현진과 매일 공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한화 투수들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FA 이적생 엄상백(29)은 벌써 류현진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슬로 커브 던지는 감각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엄상백은 직구와 체인지업, 커터를 주로 던지는 투수다. ‘류현진표 커브’를 성공적으로 장착한다면 레퍼토리가 훨씬 더 다양해진다. FA 시장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4년 최대 78억원 대형 계약을 맺은 엄상백이지만, 그가 보기에도 류현진은 곁에서 보는 게 신기한 선배다. 엄상백은 “사람 자체가 여유가 넘치는 느낌이다. 어릴 때 TV로만 보던 형이 옆에서 같이 야구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고 했다. 류현진 바로 다음 차례에 선발로 나선다는 것 자체로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다.
특급신인 정우주(19)에게 류현진은 ‘롤 모델’이다. 나이 차이가 워낙 커서 아직은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지만,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정우주는 “감각적인 부분은 제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니까, 경기 운영이나 변화구 던지는 노하우를 여쭤보고 싶다. 특히 미국에서 경험담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정우주는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MLB)를 꿈꿨다. 지금도 도전 의지가 강하다. 그런 정우주가 입단하자마자 MLB 평균자책점 1위 투수를 선배로 만난 건 생각하지 못했던 복이다. 정우주는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다가 원하는 미국 팀에서 야구하고, 한화로 돌아와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현진이 걸어 온 바로 그 길이다.
지난해 이맘때 한화와 올해의 한화가 가장 달라진 건 결국 류현진이다. 지난해 류현진은 오키나와 2차 캠프부터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올해는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 첫날부터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고 있다. 아니 지난달 이미 류현진은 후배들과 일본 오키나와에 미니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했다.
누군가에겐 움직이는 교본이고, 누군가에겐 야구 인생의 롤 모델. 류현진은 한화에서 그런 존재다. 류현진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올 시즌 한화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