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는 시선이 너무”···‘KIA 히트작’ 곽도규의 고백, 그 부담의 정체는

2025-02-11

곽도규(21·KIA)는 지난해 KIA 마운드 최대 히트작이다. 2년차에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많은 ‘영건’들에게 난코스인 필승계투조에 들어가 떡 하니 자리를 확보했다.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젊은 좌완 불펜이라는 점과 함께 일반적인 선수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매력으로 주변과 팬들을 사로잡았다.

곽도규는 ‘진지한 선수’로 불린다. 2004년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각이 깊고 어휘 구사 등 표현력이 좋은 곽도규는 캠프 현지에서 소통에 문제 없을 정도의 영어 회화 실력도 가졌다. 고교 시절 슬럼프에 빠지자 지명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남몰래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자 영어를 공부했다는 사실을 지난 시즌초 인터뷰에서 고백해 ‘기특한 선수’로 더 사랑받기 시작했다.

곽도규에게 진지한 이미지가 더해진 결정타는 책 읽는 루틴이다. 마인드 컨트롤의 한 방법으로, 경기 전 책을 한 구절이라도 읽고 그라운드로 나가는 습관이 소개되자 곽도규는 ‘공부하는 선수’ ‘책 많이 읽는 선수’로 널리 알려졌다.

곽도규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책 이야기는 이제 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곽도규는 최근 통화에서 “날 보는 시선이 너무 무거운 것 같다. 굉장히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캠프 오기 전에는 책을 하나도 보지 않았다. 와서는 조금 읽긴 하지만 굳이 책에 대한 코멘트는 더 남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웃었다.

‘책 읽는 선수’ 곽도규에게 지난 시즌 엄청난 책 선물이 쏟아졌다. 팬들로부터 심리학 관련 도서부터 에세이, 소설, 산문집, 시집 등 다양한 책들이 전달돼왔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쌓여있다.

곽도규는 “독서 자체를 막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알고 싶거나 필요할 때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지 독서를 좋아하는 게 아닌데 조금 잘못 알려진 것 같다. 책을 읽어보라고 선물을 굉장히 많이 주셨다. 책만 몇십권을 받았다. 선물을 주셨으니 아예 안 읽을 수 없고, 내가 꽂혀야 읽을텐데 너무 방대한 양이 몰려오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안 읽자니 주신 분한테 죄송하고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사정을 털어놓았다.

곽도규는 KIA 내에서도 ‘특이하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 모습도 MZ세대임이 분명한데 틈틈이 하는 행동들이 전혀 나이답지 않게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함께 뛰지 못한 선배 이의리를 향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닝을 끝내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유니폼을 찢어 펼치고, 모자를 거꾸로 쓰는 깜짝 퍼포먼스는 곽도규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최형우 같은 베테랑도 여전히 긴장된다는 한국시리즈에 생애 처음 나간 곽도규는 전혀 떨지 않고 올스타전처럼 즐기는 퍼포먼스로 당당함과 엉뚱함을 세상에 떨쳤다. 알고보니 그 안에는 부상으로 꿈의 무대를 함께 하지 못하는 선배를 챙기는 따뜻하고 진지한 마음이 들어있었다.

많은 이들이 ‘저게 뭐지?’ 했던 충격적인 퍼포먼스 이후에도 여전히 곽도규에 대한 시선은 ‘실제’ 이상으로 진지하다는 쪽에 쏠려 있다. 올해도 작년만큼은 잘 하고 싶고, 다시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땀흘리는 곽도규에게 생긴 작은 고민이다.

곽도규는 “그래서 요즘 저의 근황을 물으신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의 콜오브듀티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캠프에 와서는 미드 ‘덱스터’를 다시 보고 있다”며 책은 안 보고 게임만 했던 비시즌의 일상을 애써 힘주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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