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순간, 그는 고개 떨궜다…‘쇼팽 우승’ 에릭 루 단독 인터뷰

2025-10-23

김호정의 더클래식 in 유럽

21일 오전 11시 폴란드 바르샤바. 차가운 바람에 옅은 흥분이 배어 있다. 불과 8시간 전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가 발표됐던 도시. 새벽 3시까지 새로운 우승자의 탄생을 기다렸던 수백 명의 환호가 남아 있었다.

“딱 2시간 눈을 붙였다”며 에릭 루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고 우아하게 물 흐르듯 움직이는 피아니스트. 그는 독보적이고 유서 깊은 대회인 쇼팽 콩쿠르의 최신 우승자다. 100년 동안 17명에게만 우승을 허락했던 쇼팽 콩쿠르가 1997년 미국에서 태어난 에릭 루를 18번째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잠을 못 이뤘을지언정, 기자 몇 명과 만나는 이 자리에서 그는 들뜬 모습이 없었다. 다만 대회 기간 3주 동안 전혀 쉬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했다. 정신적으로 허약해지고 몸이 아팠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한국 언론 중 유일하게 쇼팽 국제 콩쿠르에 초청받아 에릭 루를 인터뷰했다.

그가 이날 들려준 이야기의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했다.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 끝에 성공이 있었다는 것. 이번 대회의 에릭 루에게 유독 그랬다.

모두 궁금해하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대회 동안 스트레스가 심했죠?”

그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을 시작했다.

“엄청났어요. 하지만 그럴 줄 알았기 때문에 앞선 몇 달 동안 계속 생각했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거다'라고 마음을 단련한 거예요. 하지만 마음을 준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나 봐요.”

에릭 루는 올 초 이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순간부터 주목받았다. 어쩌면 쇼팽 콩쿠르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신인이 아니다. 쇼팽 콩쿠르에서 2015년 4위에 올랐고, 2018년에는 역시 명문 대회인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좋은 에이전시와 계약해 괜찮은 콘서트에 연이어 출연했고, 메이저 음반사와 녹음해 음반을 여러 장 냈다.

그런 에릭 루가 쇼팽 콩쿠르에 다시 나온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하나로 모였다. ‘우승 아니면 실패’.

“콩쿠르 후반에는 레스토랑에 앉아 밥을 먹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됐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이 먹을 것을 구해서 숙소로 가져다줬죠. 마지막 몇 주 동안은 웃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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