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트럼프 압박에도 4.25~4.5% 유지
‘올해 2회 인하’ 유지… 9월 첫 인하 전망
한은, 내수 침체에 경기 부양 급하지만
가계부채·한미 금리 격차 등 부담 고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번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졌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 관세정책으로 수출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기준금리를 내려 새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2%포인트)로 벌어진 데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다음달 금리 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월, 5월에 이은 네 번째 동결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6개월 넘게 금리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불러올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2회를 유지하고 내년은 1회로 줄었다.
시장에선 미 연준이 오는 9월 첫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은도 지난 5월에 이어 연속 금리를 내리는 대신 숨 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5월까지 4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는 2020∼2021년 주택가격 급등기의 가격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원 늘며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또 역대 최대인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물가도 불안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전후로 안정적이지만, 필수소비재 중심의 체감물가 수준이 높은 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유가가 이미 배럴당 70달러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7월 한 템포를 쉰 뒤 경기를 감안해서 8월에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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