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반국가 세력이 자유 우파 시민들을 목표로 한다”는 괴문서가 붙는 등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다.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정국 불안으로 대통령이 하야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거리에 ‘긴급경고’라는 제목의 A4 용지 1장짜리 글이 붙어있었다. 이 글엔 ‘위험 가능성: 반국가 세력이 자유 우파 시민들을 목표로 할 가능성 높음’ ‘주의: 헌재를 끝까지 지키자는 주장은 유혈사태 선동 가능성→선동에 휘말리지 말 것’ ‘대통령 하야 가능성: 폭력 사태 발생 시 탄핵 기각돼도 정국 불안으로 하야 가능성 있음’ 등 내용을 담고 있다. 4일 탄핵 선고 전후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측을 중심으로 폭력 사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글은 헌법재판소 주변 보행 가로등 설비를 비롯해 아스팔트 바닥에도 붙어있다. 불안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행 형법으로 처벌할 규정은 없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307조 2항)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누군지 특정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거짓말을 한다고 형사 처벌을 하진 않지만, 수위를 넘어서 사회 질서를 해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둔다”며 “음모론, 유언비어는 적법과 불법을 나누는 경계 즈음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 받을 수도
다만 옥외광고물법 위반엔 해당한다.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신고하지 않고 벽보를 부착하는 행위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며 “벽보든 광고물이든 신고받지 않으면 법 위반이기 때문에 안국역 헌법재판소 주변도 민원이 들어오면 주기적으로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외광고물법상 미신고 벽보를 게시한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7년 1~3월에도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박근혜 탄핵이 부결되면 또다시 광주 5·18을 일으키겠다고 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 모두 종북 좌빨 빨갱이다” 등 유언비어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무차별적 비방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1970~1980년대 유신 헌법과 신군부 정권 체제 아래에선 유언비어 날조·유포죄가 존재했다. 최병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논문 ‘유언비어에 대한 규제와 한계’를 보면 1972년 유신헌법으로 독재가 본격화된 뒤 1973년 경범죄처벌법에 공공 안녕질서를 저해하거나 사회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왜곡·날조해 유포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1988년 12월 31일 이 조항은 삭제됐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연구위원)는 “작성자가 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을 알린 것이 아니라 ‘위해를 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글을 썼기 때문에 최근에 신설된 공중협박죄를 적용하긴 어렵다”며 “과거 유신 체제에서 생긴 유언비어 날조유포죄는 조문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