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주연 손해사정사)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이하 NET)과 관련한 암 진단비 분쟁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험업계에서 가장 빈번히 다뤄지는 이슈 중 하나이다. NET 진단의 정확한 정의와 더불어 보험금 청구 시 주의점 등에 대해 다뤄본다.
신경내분비종양이란 인체의 신경세포와 내분비세포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드문 종양이다. 주로 위장관(위, 소장, 직장)과 폐에서 발생하나, 전신 어디에서든 발생 가능하며, 이 중 대장(직장 및 결장)에서 가장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종양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경향이 있지만, 위치, 크기, 분화도(grade), 침윤 및 전이 여부에 따라 악성도와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통상 위 또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발견되는 NET는 생체를 절단하거나 절개하는 등의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며, 발견과 동시에 내시경적 절제술을 통해 간단히 제거하게 된다. 그리고 비교적 간단한 NET의 시술적 치료는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여실히 그 까닭을 드러내게 된다.
현존하는 모든 진단명에는 그에 맞는 질병분류번호가 존재한다. NET 또한 고유의 질병분류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D37 코드와 C20 코드이다. 여기서 D37 코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서 정하는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며, C20 코드는 직장의 악성 신생물(암)을 의미한다.
문제는 NET에 대한 질병분류번호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데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를 기반으로 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질병분류번호를 적용하는데, 이 KCD는 일정한 간격으로 개정되며, 그 과정에서 기존의 분류번호가 변경되는 사례가 매우 많다.
따라서 어느 차수(현재는 제8차 KCD를 따르고 있다)의 KCD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진단이 될 수도 있으며, 어느 KCD를 적용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개별 담당 의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심사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 NET는 조직학적으로 1등급(grade.1)부터 3등급(grade.3)까지 세분화되며, 같은 NET라 하더라도 1등급은 저등급 종양으로 분류돼 ‘경계성’으로 분류되는 한편, 3등급은 고등급 악성 종양으로 판단될 수 있다. 또한 침윤 여부, 전이 유무, 성장 양상에 따라 일부 의사는 이를 경계성 종양(D코드)으로 판단하고, 다른 일부는 악성 종양(C코드)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떤 의사가 진단서를 작성하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진단이 될 수도 있으며, 이는 곧 불특정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설령 담당 의사가 악성 종양(암)을 의미하는 C코드를 적용하였다 하더라도, 보험사는 암의 핵심 속성인 ‘침윤’과 ‘전이’가 없는 경우 일반암이 아닌 소액암(또는 유사암)으로 판단해 진단비를 제한적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견되는 대부분의 신경내분비종양은 1등급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크기 또한 1cm 미만의 미세종양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고, 침윤과 전이 가능성도 낮다 보니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환자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보험사는 경계성 종양을 뜻하는 D코드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또는 진단서에 C코드가 기재되더라도 조직검사상 침윤 및 전이가 없거나 제한적인 경우, 실제 보험금 지급에서는 소액 수준의 경계성 종양 진단비로 처리하는 결과를 통보하는 것이다.
보험은 신뢰 계약이다. 그리고 신뢰는 정보의 비대칭이 아닌, 정확한 설명과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해서만 성립 가능하다.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마친 후에는 필히 전문가를 통해 의료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신경내분비종양(NET) 외에도 이와 같이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진단은 손해사정사 혹은 보험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필] 김주연 손해사정사
•현)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전) ㈜FA Hub보장컨설팅 전문강사
•전)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전) ㈜에이플러스손해사정
•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사) 한국보험법학회 종신회원
•사)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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