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9월 22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낸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법적으로 진상,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무기력감과 상실감을 호소하며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1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유족의 A4 2장 분량 서신에는 “이 사건은 단순한 국내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 생명과 존엄을 어떻게 대했는지 묻는 중대한 인권 문제”라며 “도저히 이재명 정부에는 기대할 수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에 편지를 쓴다”고 돼 있다.

유족은 이씨 피격 사건이 “정권 성향에 따라 월북이었다가 아니었다가 다시 월북으로 뒤집혀왔다”며 “정치적으로 소비돼 왔고, 그 과정에 유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넘어 국가에 의해 반복적으로 고통받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피해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돼 끌려다니고 총살당해 시신이 불태워지는 모든 과정을 첩보로 인지했음에도 어떤 구조나 송환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책임 회피를 위해 피해자를 자진 월북자로 낙인찍었다”고 적었다.
김민석 “항소 포기 당연하지 않나”, 유족 “폭력”
유족은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관련 기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봉인되고,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제공되지 않은 사실을 기재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12월 26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가정보원장), 서울 전 국방부 장관에 전부 무죄를 선고한 점을 두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 책임지는 상황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1심 선고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이 이상한 논리로 기소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무리한 법리적용” “조작 기소”라고 언급한 점을 거론해 “피해자 죽음과 국가의 구조 실패에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을 보호하고 기소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이는 유족에게 또 다른 국가적 폭력이며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농부들이 학살당한다고 주장한 점을 들어 “인권 침해 사안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처럼 이 사안도 국제 사회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씨 유족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던 지난해 1월에도 미 대사관을 통해 서해 피격 사건에 관심을 구하는 A4 3장짜리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유족은 2일 미국 대사관 담당자와 만나 서신 전달 방식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담당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한편, 김 총리는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라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시도에 관해 검찰의 항소 포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무죄 판결 후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항소 포기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왔다. 검찰의 항소 기한은 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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