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높은 변동성에도 양호한 금융기관 복원력, 강건한 대외지급능력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및 한계기업 부실 누증, 부동산PF 문제 등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상존과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4일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현재 금융 상황을 이같이 진단하고,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의 조화로운 운용을 통해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적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가 올해 3분기 32.9로 지난 1분기 대비 상승했으나, 장기 평균(34.5)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한편,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11월 17.3을 기록해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문별로 보면 신용시장에서는 가계대출이 은행 및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었다가 8월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에 힘입어 둔화 흐름을 나타냈다. 기업대출은 비은행 및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됐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오름세가 둔화되었으나, 기업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자산시장에서는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미 대선 전후 정책 불확실성, 국내외 물가·경기 추이 등 영향으로 시장금리와 주식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변동성이 다소 높아진 반면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장기평균 수준에서 등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8월까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되었다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등 영향으로 상승 폭이 둔화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비은행을 중심으로 다소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금융기관의 복원력은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비율이 규제기준을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외부문을 살펴보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변동성이 다소 증대됐다.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는 주식과 채권 모두 누적 기준으로 순유입을 보였다. 거주자 해외증권투자는 주식과 채권 모두 순투자 규모가 확대됐고, 대외지급능력도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지속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은 ▲자영업자 등 취약부문의 신용위험 증대 ▲부동산PF 추가 부실 우려 ▲환율 변동성 확대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리스크 방어를 위해 우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다하게 나타나는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하는 등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긴축 완화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긴축 완화는 단기적으로 신용위험을 낮추고 경기의 하방 리스크를 축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도한 금융여건 완화 기대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금융불균형을 확대 가능성이 있어서다.
향후 발생 가능한 대내외 충격들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및 자본적정성 관리 강화를 통해 복원력 지속 제고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은은 "금융당국과 협력하여 차주의 채무상환능력과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금융여건 완화 상황에서 비은행금융중개(NBFI) 부문의 리스크가 빠르게 축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