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많은 기업일수록 女관리자 승진·임금 되레 하락"…서비스업 '유리천장' 뚜렷

2024-10-24

기업 내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을수록 되레 여성 관리자의 승진 가능성과 월평균 임금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별로는 여성 관리자 승진·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각종 서비스업의 '유리천장'이 단단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4일 서울에서 여성관리자패널조사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김근태 고려대 공공사회학전공 교수는 기업의 조직 구조·관행이 관리자 승진·연봉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본 결과를 발표했다. 2020~2023년 이뤄진 여성관리자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내용이다.

연구 결과 한국 사회의 여성 지위는 점차 향상되고 있지만, 남녀 관리자의 승진 가능성과 월평균 임금을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컸다. 여성 관리자가 승진을 경험할 비율은 남성 관리자보다 23% 낮았고, 임금도 10.5% 적었다.

다만 여성 관리자는 '고학력'일 경우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4년제 대학 졸업까지는 승진 가능성과 월평균 임금 수준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석사 이상일 경우 둘 다 크게 상승하는 식이었다.

전체 근로자 중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성 관리자의 승진·임금과 명확한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여성이 많은 기업의 여성 관리자는 오히려 높은 자리로 올라가거나 고연봉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산업별로는 승진·임금의 편차가 컸지만, 특히 개인·유통·사회서비스업 등에선 여성 관리자 승진 확률과 연봉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근태 교수는 "여성들이 사회서비스업 등 비교적 중소 규모인 특정 업종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강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전히 여성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직종도 여럿 존재한다"고 밝혔다.

기업 내 종사자 규모는 여성 관리자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달랐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들의 임금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지만, 승진 가능성은 오르내리는 양상이었다. 종사자 수가 200~299명일 때 여성 관리자 승진 비율이 11.1%로 가장 높고, 300~499인일 때 5.1%로 가장 낮은 게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 기업 환경에서 성 평등 개선을 위해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남녀 관리자의 격차는 성별에 따른 재직 기업 규모·업종과 맡은 업무 차이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성과중심주의' 문화가 약하고 장시간 근로 관행이 강한 조직이면 여성 관리자가 재택·원격근무를 활용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차별을 경험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를 담당한 조선미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연근무제 정착과 여성의 일·가정 양립 부담 완화로 성평등한 고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조직 문화 개선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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