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0년래 최대 규모 퇴사, 이복현 향하는 '임금불만'

2024-10-23

1년8개월 동안 130명 퇴직, 2010년 이후 최대

2030 이탈도 가속, 업무과다에 처우후퇴 원인

상대적 연봉 높은 로펌이나 금융사로 대거 이직

노조도 처우개선 시위까지, 이복현 원장 '정조준'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직원들의 처우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취임 후 업무부담이 크게 증가했지만 연봉 등 처우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불만을 갖고 퇴직자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2030세대 이탈까지 가속화되며 조직차원의 위기감까지 커지고 있다. 내부 불만이 확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해 당분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지속적인 업무과중 해소 및 처우개선을 위해 당분간 본원에서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조가 직접 나선 이 원장 취임 후 처음이다.

정유석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시위"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근무환경, 특히 과중한 업무부담이 선을 넘었다는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 취임 후 업무가 크게 늘며 퇴직 인력 규모도 늘어나고 있지만 연봉 등 처우는 오히려 후퇴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퇴직한 직원(정년, 계약해지 등은 제외)은 77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퇴직 49명까지 합하면 최근 1년 8개월 동안 130명에 육박하는 직원이 금감원을 떠났다.

특히 국실장 등 팀장급 이상이 주로 퇴직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저연차(4~5급) 퇴직자가 31명으로 40%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16명 대비 2배가 넘는 규모다. 젊은 실무진 이탈은 조직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저연차 퇴직 증가는 이 원장 취임 후 본격화된 현상이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2030 세대 퇴직자는 연평균 3~4명에 불과했지만 이 원장 취임 첫해인 2020년 12명으로 크게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6명, 올해 31명 등 급속히 증가했다.

업무과중으로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연봉 등 처우는 제자리 걸음이다.

금감원 경영정보공개에 따르면 직원 평균 연봉은 ▲2020년 1억657만원 ▲2021년 1억673만원 ▲2022년 1억1006만원 ▲2023년 1억1061만원 등 4년 동안 400만원 증액에 그쳤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예산을 기준으로 한 올해 연봉은 1억298만원으로 예년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받는다고 해서 유의미한 증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위로부터 예산을 편성받는 금감원은 재원이 한정돼 직원들의 수당을 대폭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퇴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로펌이나 금융사로 대거 이동했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재취업한 퇴직자(은퇴, 계약해지 등 포함) 198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98명이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금융사로 이동했으며 49명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취임한 이 원장은 공격적인 감독 업무 확대를 추진함과 동시에 잦은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내부 불만을 억누르는 방식을 취했다. 임기동안 이뤄진 임원인사만 13차례, 수시인사는 52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임기 3년차까지 처우개선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으면서 인사권 압박에도 직원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미흡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당분간 처우개선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측은 "인력과 연봉(예산) 문제는 금융위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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