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파전은 우리나라에만 있을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도 않다. 중국에도 파전은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일본에도 네기야키(ねぎやき)라고 하는 일본식 파전이 있다. 중국 파전은 파 총(蔥)에 떡 병(餠)자를 써서 중국어로 총삥(蔥餠)이라고 한다. 혹은 기름 유(油)자를 더해 총유삥(蔥油餠)이라고 한다.
참고로 떡 병(餠)자를 썼으니 얼핏 파떡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병이라는 한자는 원래 쌀가루가 됐건 밀가루가 됐건 곡식의 가루를 반죽해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그러면 한국 파전과 중국 파전은 어떻게 다를까? 일단은 형태가 다르다. 우리나라 파전은 다수의 쪽파를 가지런히 놓은 후 묽게 반죽한 밀가루를 부은 후 기름에 부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그 위에 갖가지 해산물을 얹으면 해물파전이 된다.
반면 중국 파전인 총유삥은 조금 다르다. 형태가 다양하니 이렇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다듬은 쪽파를 그대로 부치는 우리 파전과는 다르게 쪽파가 됐건 대파가 됐건 파를 송송 썰어 밀가루 반죽에 섞은 후 기름으로 지진다.
종잇장처럼 얇게 펴서 부친 후 전병처럼 둘둘 말아먹기도 하고 또는 우리 부침개처럼 부치기도 하고 아니면 파를 썰어 넣은 떡처럼 만들기도 하고 파와 다진 고기를 소로 넣어 야채 호떡처럼 먹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 용도에 따라 형태는 제각각 다르지만 이름은 모두 총유삥이다.
한국 파전과 중국 파전, 총유삥은 먹는 방법도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막걸리를 비롯해 술 한잔 기울일 때 안주로, 혹은 출출할 때 간식으로, 식사 대신으로 파전을 먹지만 중국은 또 다르다.
거리에서 혹은 유원지에서 간식으로 총유삥을 사 먹기도 하고 또는 출근하면서 아침 식사로총유빙을 사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파전이나 중국 총유삥은 생김새와 맛은 서로 달라도 대중적으로 꽤나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일단은 맛있기 때문이겠지만 실은 그 이상이다. 파는 별명이 화사초(和事草)다. 송나라 때 『청이록』이라는 문헌에 별명의 유래가 나온다. 약방에 감초가 있는 것처럼 주방에는 파가 있어 모든 종류의 음식과 어울려 좋은 맛을 내기 때문에 어울릴 화(和), 일 사(事), 풀 초(草)를 써서 화사초가 됐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파가 특별할 것이 없지만 향신료가 귀했던 옛날에는 파가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향신 채소였고 그렇기에 밀반죽에 파를 섞어 귀한 기름에 부친 파전, 총유삥은 백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특별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언제부터 파전, 즉 총유삥을 만들어 먹었을까? 대부분 음식이 그렇듯이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속설에 따르면 총유삥은 4세기 후반 진(晉)나라 때 고승 지둔대사가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지둔대사는 승려이면서 학자이며 시인이었는데 동시에 차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지둔대사가 멀리 출타할 때 파와 밀반죽으로 부친 총유삥을만들어 갖고 다녔는데 그 맛이 알려지며 민간에 퍼졌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8세기 후반 당나라 때 시인으로 『다경(茶經)』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차의 명인, 육유가 즐겨 먹으면서 당나라 선비들 사이에 총유삥이 퍼졌다고 한다.
어느 것도 믿을 만한 근거는 없지만 속설을 토대로 몇 가지 유추해 볼 부분은 있다. 먼저 진나라는 중국에서 만두를 비롯한 밀가루 음식이 발달했던 시기이고, 당나라 때는 밀가루 음식이 대중적으로 유행했던 시대다. 다시 말해 중국식 파전, 총유빵 역시 중국에서 밀가루 음식의 발달과 그 궤적을 같이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 총유삥을 만들었다는 지둔대사나 퍼트렸다는 육우는 모두 차를 즐겨 마셨던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총유삥은 처음 차와 함께 먹는 음식, 즉 딤섬의 일종으로 발달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동래파전이 유명했던 것처럼 중국에서는 산서성태원의문희(聞喜) 총유삥이 지금도 별미로 소문나 있다. 물론 우리 파전과는 다른, 다진 파와 고기를 소로 넣은 야채 호떡 같은 음식이다. 청나라 후반 태원 지사를 지냈던 관리가 그 맛에 반해 청나라 황실 주방인 어선방에 이 총유삥의 비법을 전했다. 이렇게 만든 문희총유삥을 서태후와 광서제가 먹어보고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 후기 동래부사가 파전을 맛보고는 임금님께 진상하면서 동래파전이 유명해졌다는 이야기와 닮았다. 그러고 보면 중국 총유삥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파전이 어떻게 발달하고 퍼졌는지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