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기나긴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들과 만나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이지만, 프로야구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팀들은 스프링캠프지로 떠나 2025시즌 개막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에는 10개 구단의 포수들의 역량이 얼마나 발휘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에서 자웅을 겨뤘던 삼성 강민호와 LG 박동원이 새 시즌에서도 경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민호는 10개 구단 포수들 중 최고령이다. 풍부한 경험으로 삼성 마운드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에는 타격도 잘 됐다. 136경기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 등을 기록했다. 7월에는 20경기 타율 0.408 11홈런 26타점 등으로 활약하며 생애 처음으로 월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짓는 홈런을 쏘아올린 강민호는 스스로 ‘한’을 풀었다. 그러나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고 강민호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자유계약선수(FA) 외부 자원인 최원태를 영입하며 선발 마운드를 높였다. 하지만 막상 필요했던 불펜 보강은 하지 못했다. 기존 선수들의 경험을 믿어야하는 상황이다. 경험이 더한 젊은 투수들을 이끌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하는게 강민호의 역할이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했다가 아쉬움을 삼킨 박동원 역시 새 얼굴들이 합류한 LG 마운드를 책임져야한다.
LG는 스토브리그 동안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FA ‘최대어’였던 장현식을 데려왔고 잠실 ‘옆집’에서 뛴 김강률도 영입했다.
장현식은 새 시즌 마무리 투수의 보직을 맡는다. 유영찬과 뒷문을 함께 책임졌던 박동원은 장현식의 마무리 변신에도 힘을 보탠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며 20홈런을 쏘아올리는 장타력도 갖춘 박동원은 새 시즌에도 타격감을 이어간다.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두산 양의지는 절치부심한 마음으로 2025시즌을 바라본다.
양의지는 지난해 잦은 부상으로 포수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수비 이닝이 부족해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팀은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를 모두 내주는걸 바라만 봐야했다.
이번 시즌 두산의 주장을 맡은 양의지는 포수로서 많은 경기를 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두산은 허경민이 KT로 이적하고 김재호가 은퇴하는 등 전력이 약화된 부분들이 있다.
다만 마운드에서는 희망이 보인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고 지난해 다승왕을 일군 곽빈과 신인왕 수상자인 마무리 김택연 등이 있다. 양의지는 이들과 함께 두산의 반등을 일궈내야한다.
‘우승 포수’의 수식어를 드디어 단 KIA 김태군도 왕조 건설을 위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KIA는 장현식이 전력에서 나간 대신 조상우를 영입하며 불펜의 공백을 막았다. 이의리와 윤영철도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김태군은 어렵게 얻은 ‘우승 포수’라는 수식어를 이어가기 위해서 또 다시 달린다.
KT는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최초로 4위 팀을 꺾고 올라간 팀으로 역사를 썼다. 매 시즌 초반에는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시즌 막판에는 결국 가을야구를 치른다.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일궈냈다.
주전 포수 장성우는 이런 팀의 행보에 지대한 영항을 미친 선수다. 2023년에 이어 130경기 이상을 뛰었고 지난해에는 한 시즌 최다 홈런인 19홈런도 기록했다. KT는 10개 구단 중 드물게 스프링캠프를 치르기도 전부터 5선발이 모두 갖춰진 팀이다. 장성우가 공수에서 팀을 또 뒷받침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5강권 밖에서 머물렀던 팀들의 포수도 올시즌에는 다시 가을야구를 향한 레이스를 이어나간다.
롯데는 유강남이 부상을 털고 스프링캠프지인 대만으로 떠났다.
‘금광 불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건강함을 자랑했던 유강남은 지난해 다사다난한 한 시즌을 보냈다.
ABS가 도입되면서 유강남의 장점인 프레이밍 능력이 사라졌고 타격에서도 52경기 타율 0.191 5홈런 2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6월 중순부터는 왼쪽 무릎 뒤 오금이 좋지 않아 전력에서 빠졌고 7월에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 과정을 거치며 체중 감량까지 한 유강남은 여전히 팀의 주전 포수다. 이적 후 세번째 해에는 팀의 가을야구를 향한 염원을 푸는 역할을 맡아야한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새 둥지에서 새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는 2025시즌부터 신구장에서 팬들을 맞이한다.
최재훈 역시 독한 마음으로 체중까지 감량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 류현진과 함께 겨울 바다에 입수하면서 각오를 다진 최재훈은 새구장에 가을야구를 불러들여야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SSG 베테랑 이지영도 경험의 힘을 보여야한다. 이지영은 강민호에 이어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두 번째로 가장 나이가 많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914.2이닝을 소화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백업 포수로 김민식이 있지만 여전히 이지영이 안방의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한다. 지난해 5위 결정전의 아쉬움도 올해에는 풀어야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NC 포수 김형준은 2025년 연봉 계약에서 지난해보다 90% 인상된 1억1000만원에 사인하며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1999년의 젊은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주전을 자리를 지킨 김형준은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인 119경기를 뛰었다. 홈런은 17개로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썼지만 타율 0.195에 그쳤다.
NC는 김형준과 함께 박세혁이 안방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박세혁은 우승 경력도 있는 포수다. 김형준이 경쟁에서 이겨내 안방을 지킬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키움은 개막 전부터 약체로 꼽히고 있지만 안방 자원들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김재현은 비시즌 동안 6년 최대 10억원에 다년 계약을 하며 안정감을 얻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동헌도 있다. 개막 이후 2경기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지만 김동헌은 미래가 기대되는 포수 자원이었다. 여기에 투타 모두 겸업이 됐던 김건희도 있다. 키움은 경쟁을 통해 주전 포수의 자리가 가려진다. 누가 됐든 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져야하는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