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 4’의 유일한 좌완과 ‘마산 아이돌’은 원 클럽 맨의 길을 걷는 중이다. 2013년 1군 진입 이후 이제 10년을 넘긴 NC 역사에 임정호(35)과 김성욱(31)이 각자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임정호와 김성욱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나란히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임정호가 지난해 11월 가장 먼저 계약서에 서명했고, 김성욱이 지난 16일 뒤를 이었다. 난항이 이어지던 이용찬까지 지난 24일 계약을 맺으면서 NC는 내부 FA 3인방 모두 붙드는 데 성공했다.
임정호도 김성욱도 잔류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함이었다. NC 유니폼을 입은 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신생팀 NC에서 데뷔했고,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다른 팀 유니폼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임정호는 25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생각을 안 해보진 않았지만, 다른 팀에 간다는 게 조금 막막하긴 하더라”면서 “친구나 선후배들 모두 여기 있는데, 낯을 엄청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더 그랬다”고 했다.
NC 외에 다른 팀에서도 제안을 받았다. 조건도 조금은 더 좋았다. 임정호는 “어디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그 팀 후배가 왜 안 왔냐고 하길래 ‘가면 나는 너하고 밖에 말을 못 하는데 어떻게 가냐’라고 했다. 후배가 ‘그래서 나는 형 놀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생각보다 협상이 길었던 김성욱도 “이제는 홀가분하다”며 “창단팀에 처음으로 들어와서 계속 쭉 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임정호는 1군 데뷔한 2015년부터 꽤 오랫동안 ‘단디 4’라고 불렸다. 임창민, 김진성, 원종현 등 임정호와 함께 NC 뒷문을 지켰던 4명을 한데 묶은 별명이다. NC 마스코트 단디, ‘제대로’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단디 4 멤버들 중 아직 N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임정호 뿐이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임정호는 “형들이 은퇴하면 그런 게 더 체감될 거 같다. 지금은 팀을 나갔지만 (최)금강이 형이나 (이)민호하고도 자주 연락을 한다”며 “야구 오래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는데, 형들이 은퇴 하고 다른 일 시작하시면 그때 더 체감이 클 것 같다”고 했다.
임정호가 ‘단디 4’라면 김성욱은 ‘마산 아이돌’로 불렸다. NC 원년 당시 별명이다. 지금은 KIA에서 활약 중인 나성범이 아이돌 1호, 올해 주장을 맡은 박민우가 2호, 그리고 김성욱이 3호로 불렸다. 김성욱은 “10년 전에 자주 보이던 초등학생 팬이 갑자기 성인이 돼서 왔다고 해서,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실감을 했다”고 웃었다.
임정호는 지난해 겨울에 이어 올해도 일본 지바 훈련 센터를 다녀왔다.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새로 갈고 닦았다.
김성욱은 계약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다녀왔던 미국의 ‘허일 스쿨’을 다녀오지 못한 게 아쉽다. 지난해 비시즌 동안 김성욱은 박민우와 함께 허일 코치의 레슨장을 찾아 운동했다. 마침 이날 허 코치가 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코치로 부임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미국에 가지 못한 대신 국내에서 땀을 많이 흘렸다.
김성욱은 임팩트 있는 홈런을 여러 차례 때렸다. 재작년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에게 때린 역전 홈런은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지난해는 돌아온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KBO 복귀 첫 피홈런을 안겼다. 외국인 선수나 국내 최정상급 선수를 상대로는 곧잘 활약을 하다가도 오히려 다른 투수들에게 쉽사리 공략을 당했던 게 고민 아닌 고민이다. 김성욱은 “센 투수들 상대로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나가니까 결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꼭 쳐야지’ 생각하고 나가면 더 안되더라”고 했다.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FA 첫해인 올 시즌 과제다.
임정호와 김성욱이 재계약을 하면서 이호준 신임 감독도 크게 걱정을 덜었다. 임정호는 올해 NC 불펜에서 사실상 유일한 왼손 자원이다. 김영규는 선발로 전환하고, 하준영은 오는 9월에나 제대한다.
김성욱은 제4의 외야수로 백업 1순위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감독이 박건우를 주전 중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김성욱의 역할도 더 중요해 졌다. 베테랑 박건우의 체력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다년간 검증된 중견수 김성욱이 잔류하면서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