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꿈 위해 고교 진학 포기, 17세에 피츠버그 계약한 이현승의 꿈…“7년 안에 메이저리거 된다”

2025-01-26

이현승, 피츠버그와 14만달러에 계약

ML 꿈 위해 고교 대신 검정고시 준비해 합격

피츠버그 스카우트 “의지와 끈기 확인, 구단에 보고”

지난 17일 메이저리그(MLB) 구단 피츠버그와 국제 아마추어 FA 계약을 맺은 이현승은 올해로 17세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현승은 벌써 여러 차례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여러 종목 중에 야구를 택했고,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지만 금방 나왔다.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했다. 목적은 단 하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꿨던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서다. 이제 그 꿈을 위한 첫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현승이 MLB 구단의 주목을 받은 건 2023년 8월이다. 클럽야구팀 은평BC 소속으로 서울디자인고와 연습경기에서 맹활약했다. 중학교 3학년 나이로 고등학생 선배들을 상대로 홈런 2개를 때렸다. 3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겼고, 4번째 타석에서 중앙 전광판을 때렸다.

이현승을 지난 22일 인천의 한 실내훈련장에서 만났다. MLB 계약서에 서명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다. 계약 때 받은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이현승이 조용히 웃었다. 2025년 계약이라는 의미에서 등 번호는 25번을 달았다. 키 1m85에 85㎏의 당당한 체격이지만, 앳된 얼굴에는 아직 여드름 자국이 남았다.

스카우트 앞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던 경기가 기억에 생생하다. 2번째 홈런을 치고 바로 다음 수비 이닝에서 MLB 스카우트가 관중석에 앉은 어머니 쪽으로 다가가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 그러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곁눈질로 시선이 향했다. 스카우트가 어머니에게 인사하는 목소리까지 귀에 들어왔다. 태어나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이현승은 “속으로는 막 됐다 싶었는데, 시합 중에 표정을 드러내면 안 되니까 너무 힘들었다. 홈런 쳤다고 수비에서 에러(실책)하면 안되니까 집중하려고 엄청 애를 썼다. 어려운 타구도 왔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다행히 처리를 했다”고 웃었다.

스카우트가 와있다는 건 경기 시작 전에 알았다. 뭔가를 보여줘야 하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드는 것도 당연했다. 부담 때문에 오히려 방망이가 잘 안돌지 않더냐는 말에 이현승은 “그런 관심이 있어야 좀 더 잘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첫 두 타석을 범타로 물러나자 마음이 좀 급해졌다. 무조건 한 방, 한 방을 보여줘야겠다고 더 강하게 생각했다. 세 번째 타석 홈런을 때리고 ‘될 수도 있겠다’고 싶었다. 네 번째 타석 ‘하나만 더 치면 무조건 미국 간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초구에 직구 높은 공이 들어왔다. 그대로 잡아당긴 공이 전광판을 맞고 넘어갔다. 그리고 몇 달 뒤 이현승은 미국으로 갈 생각이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현승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검도, 축구 등 여러 종목을 어릴 때부터 했지만 야구를 시작한 건 또래보다 다소 늦었다.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지만 금방 나왔다. 유격수를 너무 하고 싶어서 여러 차례 감독 선생님을 졸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였다. 이현승은 “솔직히 그때는 유격수 보기에 제가 실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야구, 하고 싶은 걸 꼭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중학교 야구부를 나와 클럽야구팀으로 들어간 이유다.

중학교 2~3학년 2년 동안 키가 20㎝ 가까이 자랐다. 원래도 달리기가 빨랐고, 운동신경이 좋았는데 체격까지 커지면서 야구 실력이 부쩍 늘었다.

이현승은 지난해 2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야구부를 나온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법한 선택이었지만 이현승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학교 수업 대신 야구에 집중하는 편이 자기 꿈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당연히 고려했다. 고교 선수 신분으로는 MLB 구단과 계약하지 못한다. 졸업까지 기다려야 한다. 졸업 후 계약을 맺으면, 모교가 KBO 지원금을 5년 동안 받지 못한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본인이야 별 고민도 안 했다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는 당연히 애가 쓰인다. 아버지 이정호씨는 “한국에 돌아오게 될 때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군 문제도 있다. 계약이 잘 안 되면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저희로선 정말 모험을 한 거다”라고 했다.

이정호씨는 지금도 하루하루가 고민이다. 아들이 야구를 시작했을 때 힘들여 좌타자로 고쳐놓은 것도 그의 판단이었다. 발은 워낙 빠르니까, 왼손잡이가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체격이 커지고, 힘이 붙고 나니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한다. 오른손잡이 그대로 야구를 시켰으면 장점인 장타가 훨씬 더 돋보이지 않았겠느냐는 거다.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하는 중에도 아들의 선택만큼은 한 번도 꺾지 않았다. 어차피 야구는 자기가 아닌 아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호씨는 “야구부를 나올 때도, 진학을 포기할 때도 애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제대로 뒷바라지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애타는 심정을 털어놓는데, 듣고 있던 아들이 불쑥 한마디를 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 가면 그런 고민 안 해도 되니까요. 저는 그냥 메이저리그 간다는 생각만 했어요.”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스타일은 야구 선수 이현승의 가장 큰 강점이다. 계약을 주도한 김태민 피츠버그 스카우트는 통화에서 “내야수가 힘이 좋고 발도 빠르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그것보다도 목표를 의심하지 않는 의지나 끈기를 더 주요하게 봤다. 구단에 올린 보고서에도 그런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야구를 꿈으로 꾸는 선수들은 많지만, 그런 꿈을 정말 구체적인 목표로 밀고 나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했다.

꿈은 크게, 목표는 구체적으로 잡았고 준비는 착실히 했다. 지난해 1월부터 8개월 동안 준비해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중학교 때도 수업 시간에 잠 자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편이라 시험 준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영어도 화상통화로 하루 30분씩 꾸준히 했다. 이제는 일상 회화는 크게 무리 없는 수준이다.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 운동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는 한광BC 클럽팀에 들어가 훈련하면서 개인 훈련을 병행했다.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전 SK(현 SSG) 내야수 나주환 코치로부터 한 달에 4번씩 레슨을 받았다.

이현승은 오는 2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한다. 국제 아마추어 FA 선수들 모두가 도미니카 서머 리그(DSL)에서 야구를 시작한다. 이현승과 함께 피츠버그가 이번에 계약한 선수들만 모두 22명이다. 야구 강국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 쿠바는 물론 호주, 우간다 선수까지 영입했다. 그중 도미니카 출신 유격수가 최고액인 225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현승의 계약금은 14만 달러다. 고교 졸업 후 100만 달러 가까운 금액으로 계약한 선배 한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훨씬 더 가혹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현승은 도전을 선택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꿈꿨다.

7년 안에 빅리그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의외로’ 현실적인 계획이다. 마이너리그에서 1년에 1단계씩 올라가는 거로 계산을 했더니 7년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낯선 땅에서 부모님도 없이 홀로 경쟁해야 하는 게 불안하지는 않으냐는 말에 이현승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그라는 목표를 어릴 때부터 세웠고, 이제 거기에 정말로 도전한다는 것 자체에 저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만큼 더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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