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탄핵 가결은 한국의 신속한 정치 문화 반영
일본과 달리 저항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과정을 두고,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던 ‘빨리빨리(Hurry Hurry)’ 문화가 다시 부각됐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빨리빨리’ 문화가 탄핵안 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계엄 정국에서 나타난 한국 정치권과 시민들의 신속함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계엄 선포 후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탄핵소추안이 처리된 점을 “효율성과 갈등 해결을 극대화하며 급속도로 산업화를 이룩한 한국의 문화”로 해석했다. 또한 ‘빨리빨리’ 문화가 한국어에서 비롯된 용어로, 긍정적으로 발휘될 경우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에 오르고 산업, 정치, 대중문화에서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성공과 전후 국가 재건 사업에서도 창의적 파괴와 대담한 변화라는 ‘빨리빨리’ 정신이 작용했다고 설명하며, “한국은 10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본의 점령에서 해방되고 전쟁을 극복하며, 빈곤한 농업 경제에서 세계 최강의 경제 중 하나로 변모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정당이 수십 년 동안 집권해 온 일본과 달리 한국인들은 대담한 선회나 불만 표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블룸버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정권 교체가 드문 일인데, 그 이유는 저항이 대체로 기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계엄 정국에서도 ‘빨리빨리’ 정신이 드러났다고 진단하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시민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해 서울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응원봉을 들고 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쉬‘ 등 K팝 히트곡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빨리빨리’ 문화는 강력한 도구로, 한국이 다른 국가들이 하지 못 하는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과 부정적인 측면도 언급했지만, “이 문화는 인내와 생존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 이후 한국인들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자기표현에 거리낌이 없으며 열정적이고 목표 달성에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