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격화에 따라 비용 부담 늘어나
지방은행·인뱅 사실상 발 뺀 상태
사업기간 준데다, 출혈 경쟁 심화 우려
반짝구애 아닌 장기적 전략 세워야

국내 6대 은행이 '황금알'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참여 의사를 보였던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적지 않은 경쟁 비용과 수익성 사이에서 고민하다 손을 든 모습이다.
사업기간이 짧아진 동시에 경쟁으로 인한 비용 부담도 증가한 만큼,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차별화 된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이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을 두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사들의 급여 지급과 군 관련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로, 금융권에서는 안정적인 고객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3기의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다음달 24일부터 5일간 사업 참가자들의 제안서를 받은 후 이틀의 평가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발표한다.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는 신한은행이 단독사업자로 321만5000장의 카드를 발급했다. 이어 올해까지 진행하는 2기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운영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총 254만7000장을 발급했다.
은행권 입장에선 놓치기 싫은 '황금알'로 여겨진다. 매년 평균 약 2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장병 월급이 크게 뛰면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도 수월해서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등병의 월급은 72만원에서 86만원으로 올랐다. 일병은 80만원에서 96만원, 상병은 100만원에서 120만원, 병장은 12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3기 사업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지방은행, 인뱅들은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이 격화된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보다 감내해야 하는 영업비용이 많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나라사랑카드 3기는 기존과 다르게 사업자가 현행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나고, 사업 운영기한은 10년에서 8년(5+3년)으로 줄어든다. 과거에 비해 장병들의 급여는 높아졌지만 수익을 짧아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사업자와 나눠야 해 운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단 이야기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고객 유치와 예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밑 빠진 독'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은행들만 사업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각 은행은 보다 나은 혜택과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마케팅과 운영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업은행은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장병내일준비적금의 금리를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8.0%로 제시했다. 신한은행 역시 재탈환을 위해 올해 1월 같은 상품의 금리를 연 8.0%로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전략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사업 선정을 위한 일회성 혜택에서 그치면 사업의 취지가 뒷전이 될 뿐더러, 주거래고객으로 유입된 이용자들을 위해 실질적 혜택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는 일정 수준의 이용자 확보가 가능하지만,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카드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익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