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만 봐도 무섭다” “또 잠 못 자”…다시 온 태극기에 한남동 주민·상인들 불안

2025-03-09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0)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 참석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지자들이 밤마다 가게 앞에서 소변을 보고, 가게 밖에 놔둔 물건을 훔쳐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지자들의 도덕성 문제로 동네가 ‘거대한 화장실’이 됐었다”며 “지난 집회 트라우마로 태극기를 든 사람만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했는데, 다시 동네에서 집회가 열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구속 취소로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다시 돌아온 다음날인 9일 관저 인근 주민·상인들은 이른바 ‘태극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욕설이 섞인 발언들이 야간까지 이어지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 차도에는 약 50일만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가 다시 열렸다. 이날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신도들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앞 주일 예배’를 열었다.

집회가 열리면서 경찰도 관저 앞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목적지가 어디냐’고 다시 묻기 시작했다.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지기 전, 관저 앞 일대는 일반 시민들의 통행을 아예 차단하는 등 경비가 삼엄해 행인들이 불편을 겪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인도를 가로막고 ‘탄핵을 반대한다’고 밝히지 않으면 길을 지나다니지 못하게 하거나 위협하는 등 행동을 보여 논란이 됐다.

한남동 주민들은 “다시 잠 못드는 밤이 찾아왔다”며 걱정했다. 40대 조모씨는 “특정 유튜버들이 욕을 너무 많이 한다”며 “밤에도 욕이 머리에 울려서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24개월 된 아이를 둔 정모씨(29)도 “밤에 마이크를 쓰며 집회를 해서 아이를 재워둬도 자꾸 깨서 힘들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계속 걸어다녀야 하는 길인데 이동에 제한이 생길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하락을 우려했다. 인근 주유소에서 일하는 김모씨(76)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집회 때까지 경찰차와 집회 차량이 도로를 막아서 영업에 지장이 많았다”며 “다시 집회가 열리면서 차선을 1개만 열어둬서 매출이 또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 직원 권모씨(29)도 “매장 화장실을 집회 참가자들이 자꾸 이용해서 불편했다”며 “대통령이 탄핵이 되거나 다시 구속되거나 해야 이 상황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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