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대거 교체로 인한 구조조정 가능성 우려
'조화로운 결합' 강조에도 불안 잠재우지 못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 문화와 자산이 지속되길 원한다"고 밝힌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불안이 잠재워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기존 임원 중 3분의 1 이상이 퇴임했고, 그 자리를 대한항공 측 인사가 채웠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 지속'을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기존 임원진 30명 중 12명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퇴임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대부분 대한항공 출신 인사들이 맡았다. 원유석 대표가 물러나면서 송보영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송 대표는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전무) 출신이다. 이 외에도 여객본부장, 안전보안실장 등 주요 자리를 대한항공 출신이 꿰찬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향후 인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사 폭이 예상을 웃돌아서다. 당초 대한항공은 합병 초기에 대한항공 인사들을 아시아나항공으로 발령 내는 것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이 전날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을 향해 담화문을 발표하자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자신을 '아시아나항공 회장'으로 소개하며 "아시아나항공만의 고유한 문화와 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예상보다 임원 인사 폭이 커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었는데 담화문 내용을 보고 대부분 의아해했다"며 "고유문화를 강조했지만 임원들은 대거 교체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추후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혔지만, 임원 인사 폭을 보고 걱정을 안 할 수 없다는 것이 직원들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다. 대한항공이 강조한 '조화로운 화학적 결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직원들의 불안감을 최대한 잠재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담화문에 아시아나 문화 지속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인사 이후 남은 직원들의 동요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원활한 통합 절차를 위해 대한항공 측 인사를 아시아나항공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꼈고 담화문 발표 이후에도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남은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에 조화로운 통합 성사 여부가 달렸다"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