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창업주 도전정신과 경영철학 기리며 주요 경영진과 헌화
장남 신동주 부친 선영 방문 끊겨…측근 민유성 1심서 징역 3년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5주기에 참석한 가운데,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그룹 위기를 촉발했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면서, 논란에 연루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17일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창업주 5주기(19일)를 앞두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며 추모식을 가졌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롯데지주 실장급 임원, 각 사업군 총괄대표, 롯데건설 대표 등 주요 경영진도 자리해 신 창업주의 도전정신과 경영철학을 되새겼다.
롯데는 현재 그룹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파하고 혁신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고강도 쇄신 작업을 추진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9일 ‘2025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사장단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 재정의 및 사업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올해 추모식에서도 신격호 창업주의 혁신과 도전정신이 더욱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경영진 추모식 후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헌화단을 운영했다. 롯데지주 임직원들은 신격호 창업주 울산 선영에도 추모의 뜻을 담아 꽃을 전달했다.
신 회장은 1월 추모식 외에도 명절과 신 창업주 탄생일에 맞춰 부친의 뜻을 기리며 참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중에도 울산 선영을 방문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신 창업주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부친 선영 방문은 2년 넘게 멈춰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초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정상 어려움으로 2022년 11월 이후 선영 방문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울산행 소식은 최근에도 들리지 않는다.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을 찾은 지 2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가 과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생전 부친에 대한 효심을 유독 강조했던 만큼, 최근 신 전 부회장의 행보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신 전 부회장은 2022년 11월 울산 선영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역 장애인 주차구역에 자신의 업무용 차량을 주차해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일각에서는 그가 장애인 주차구역 이용으로 도마에 오른 후 부친 선영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근 1심 판결이 있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변호사법 위반 재판으로 인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해석도 있다. 민 전 행장은 변호사가 아님에도 2015년 해임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위해 불법적 자문을 한 혐의로 지난 16일 1심에서 징역 3년에 198억 원 추징을 선고받았다.
민 전 행장을 기소한 검찰은 재판과정 핵심 증인으로 신 전 부회장을 지목하고 1년 여 동안 법정에 출석시키기 위해 해외 사법공조까지 받으며 노력했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세우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민 전 행장 변호사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 롯데를 흔들기 위해 민 전 행장과 불법적인 계약까지 맺었다고 신 전 부회장이 직접 증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신 창업주 생전에도 신 전 부회장 효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있었다.
2015년 10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 신 창업주의 집무실을 물리적으로 장악한 신 전 부회장 측은 이후 신 창업주의 지시서, 위임장, 임명장 등 상법적 효력이 불분명한 문서와 영상들을 수시로 공개했다. 당시 단기 반복학습을 통한 의도된 문서와 영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6년 서울가정법원에서 내린 신격호 창업주의 한정후견인 판결문에서 “친족 등 관계인들의 이해관계나 반복된 학습 등으로 왜곡돼 있다면 법원은 사건 본인의 복리를 위해 후견 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설립 전, 관련 계열사 주총장에 신 창업주의 후견인을 거치지 않은 위임장을 들고 왔다가 쫒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후견인 몰래 부친의 위임장 날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효심 여부를 떠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2년 넘게 부친을 찾지 못하는 이유로 ‘일정상 어려움’을 언급한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