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 침공책임 뺀 ‘우크라 결의안’ 안보리 통과시켰다

2025-02-25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책임을 묵인하는 결의안에 찬성했다. 북한의 남침을 겪은 데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촉발한 북·러 군사 협력으로 인해 안보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가 기권도 아닌 찬성표를 던진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안보리는 미국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을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가결 처리했다. 안보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를 채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과 달리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결의안에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 규정을 뺐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에 반발해 기권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러시아의 주권국가를 상대로 한 침공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의 채택을 통해 관련 당사국이 정의롭고 포괄적으로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더욱 속도를 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권이 아니라 찬성까지 함으로써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과 파병 등으로 직접적 안보 위협을 받으면서도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도외시한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남침이라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 개입 등의 국제적 지원도 안보리가 즉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력공격을 “평화에 대한 파괴 행위”로 규정한 게 근거가 됐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 관련 한·미 간 긴밀한 공조의 중요성 등도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미 공조에 방점을 찍은 이번 결정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북·미 관계의 개선 추이에 따라 유엔 무대에서 북한의 불법 도발에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이번 결의안 찬성 때와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스스로를 방어할 논리가 빈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찬성 93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채택됐다. 총회에서는 안보리와 달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기권을 제외한 찬성·반대표를 합친 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나오면 가결된다. 미국은 러시아·북한·이란 등과 함께 반대표를 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결의안에도 찬성했다. 한국이 총회에서 견지했던 입장을 안보리에서는 피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은 날 유엔 안보리와 총회에서 서로 다른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된 건 종전을 둘러싼 미국과 동맹·우방국 간 의견 차가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종전을 서두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종전 협상에서 배제된 유럽 국가들이 반발하는 구도가 유엔에서 단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앞으로 구체적 종전 조건 등을 두고 이런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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