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2만통" 번호 바꾼 최상목, 두달만에 또 '헌재 트라우마'

2025-02-28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지난해 12월 31일은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이유로 여권의 반발에도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중 2명(정계선·조한창)을 전격 임명한 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2만여통의 문자 폭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와 국민의힘 지도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일부 내각 구성원의 반발도 거셌다. 최 대행은 기획재정부 국장 때부터 쓰던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했고, 주변에 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 대행의 전화번호가 기사 댓글에 적혀 떠돌았다”고 했다.

최 대행이 그 두 달 만에 다시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 최 대행이 당시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헌재가 27일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최 대행이 즉각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던 국정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회의 25분 전 쯤 통보했다. “최 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여의도로 향하던 최 대행은 차를 돌렸고, “당면한 민생문제 해결과 주력 산업의 생존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국정협의회가 취소된 곳애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최 대행은 이날 협의회에서 연금개혁과 반도체특별법 등을 위한 협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었다.

어깃장에 가까운 민주당의 행태에도 정부 내에선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직후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보다 지금 최 대행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일 한 총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돼 선고 날짜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이 커져 최 대행의 지위와 권위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용산과 일부 강경파 장관들은 최 대행이 한 총리 복귀 전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 후보자 임명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무회의 참석자도 있다.

하지만 최 대행 측 인사 중 다수는 “한 총리에 대한 헌재의 선고 시점이 불확실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경제 위기가 격화되는 시점에서 야당과 무조건 각을 세우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추가경정예산도 그 규모 만큼이나 집행 시기가 중요한 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기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최 대행은 최근까지 임명권 행사를 진지하게 검토해왔다. 재판 지연 등을 우려해 지난해 말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이 있고, 마용주 후보자를 임명할 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 안 할 명분이 줄어든다”는 여권의 반발에 다시 미뤘다.

이밖에도 최 대행은 28일 정부로 이송된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도 곧 결정해야 한다. 야당은 특검 제3자 추천 조항을 포함하는 등 위헌적 요소를 다수 덜어낸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 최 대행은 주요 현안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말 외는 할 수가 없는 상황 ”이라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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