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창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지 약 10년이 지났다. 정부가 대학을 창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창업중심대학 사업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학 창업이 부흥하는 계기가 됐다. 10년의 기간 동안 대학 창업 지표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창업 관련한 교과목 개발, 학생·교원창업 기업 증가, 기술지주 회사 설립 등 창업 생태계는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에듀플러스는 대학 창업 톺아보기 마지막 기획으로 대학 창업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과 김창완 계명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겸 한국창업학회장에게 현재 대학 창업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물었다.
-대학에서 창업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이하 김경환): 대학의 전통적인 기능은 교육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가 중요해졌고, 최근에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대학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은 연구 결과를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창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 됐다. 두 번째는 저성장시대로의 변화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 기존 일자리는 줄어들고, 인공지능(AI), 자동화 등으로 제조업 기반 일자리가 줄었다. 창업이 일자리 대체재이자 보완재 역할을 하게 되면서 대학에서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김창완 계명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겸 한국창업학회장(이하 김창완): 재정 악화,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의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학의 혁신이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창업은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 등을 수익을 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도 대학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
-현재 대학의 창업 교육, 인프라 등의 창업 수준은.
▲김경환: 교육과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본다. 대학 창업 관련 비교 연구나 학술대회도 개최했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창업 교육과 인프라 수준이 매우 높다. 창업에 대한 교과목도 우리나라가 훨씬 잘 돼 있다. 다만 양적 인프라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 창업에 대한 질적 성숙이 더 필요하다.
▲김창완: 교육과 인프라 등 대학 창업 생태계는 잘 갖춰졌다. 그러나 정책은 대학 창업을 잘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창업을 증진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부재한 것이 문제다. 대학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창업이 대학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대학 창업 정책에 대한 평가는.
▲김경환: 창업을 주관하는 주요 부처는 크게 중소기업벤처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곳이다. 각각의 주무 부처가 지향하는 창업 육성 목표가 다르다. 효율성만 놓고 보면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있다면 육성 자체는 쉽겠지만, 다양한 주체가 경쟁하면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창완: 단기간 내 창업 생태계를 안착시키는 데는 정부 역할이 컸다. 그러다 보니 반대급부로 대학이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너무 커졌다. 대학 스스로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정책을 통해 창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인풋 대비 아웃풋이 적다. 대학이 사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창업으로 글로벌 기업 탄생은.
▲김경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발 딥테크 창업 육성에 지원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바이오는 임상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부품소재 개발도 오랜 기간 사업화와 마케팅 등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지원한다면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창완: 미국은 대학의 창업자가 자신의 성과를 대학으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대학에서 교비 회계 외에 기부금 투자 규정 등 규제가 너무나 많다. 지금까지 창업에 성공한 기업 중 대학을 기반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보니 롤모델 자체가 없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 탄생은 어렵다.
-창업 정책의 대형 대학 혹은 지역국립대 쏠림 현상은.
▲김경환: 대학발 창업은 연구중심대학과 그 외 대학, 혹은 소형대학과 대형대학을 구분해 지원하고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별 특성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별 특성에 맞는 정책과 창업 기업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
▲김창완: 과거부터 대형 대학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립대도 그렇다. 사업비는 많이 들어가지만 지역에 확산되기보다 한 곳에 축적되는 경향이 큰 구조가 바뀔 필요가 있다.
-앞으로 창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김경환: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많이 만들고 공유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과과목만 만들 것이 아니라 창업을 경험해볼 수 있는 비교과 과목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UC버클리, 스탠퍼드대에 가면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에서 토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일이 일상적이다. 자신의 학과뿐 아니라 타 전공자와도 연계해서 팀을 구성해 토의하는 문화가 활발하다. 그런 환경을 통해 창업에 대한 흥미가 쌓이고 결국 창업을 위한 길로 가게 된다.
▲김창완: 대학이 창업 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인 측면에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학이 자체 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성장한 기업이 다시 대학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한국에는 거의 없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