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금값’은 자연스럽고, ‘주값’은 부자연스럽고

2025-09-14

그는 “쉬운 말로, 한자어보다 순우리말로”를 외쳤다. 실천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어느 날 신문 칼럼 교열을 보다가 주식의 가격, ‘주가’에 꽂혔다. ‘가격’을 뜻하는 한자어 ‘가’보다 순우리말 ‘값’이 더 투명해 보이고 일상적이었다. 칼럼 속 ‘주가’들을 모두 ‘주값’으로 고쳤다. 칼럼을 쓴 논설위원이 누가 ‘주값’이라고 하냐며 화를 냈다. 물러설 그가 아니었다. 다시 ‘주가’로 돌려놓은 것을 또 ‘주값’으로 바꿨다.

당장은 거부감이 들지 몰라도 쓰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주값’이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주가’는 일상에서 자연스레 굳어진 말이었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칼럼의 ‘주값’은 다시 ‘주가’가 됐다.

만약 ‘주식’을 뜻하는 ‘주’도 순우리말로 바꿀 수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값’은 순우리말과, ‘주’는 한자어와 더 잘 어울린다. ‘술’도 ‘값’과 어울려 ‘술값’이다. ‘술가’라는 말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대신 거의 쓰이지는 않지만 ‘술값’과 같은 뜻의 한자어 ‘주가’는 있다.

그런데 ‘금값’에선 한자어 ‘금’에 ‘값’이 붙었다. ‘금’이 한자어라는 어원 의식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값’도 ‘책’이 한자어라는 의식이 옅어져서일 수 있다. ‘책’에 ‘값’을 붙이는 데 거부감이 줄어든 거다. 약을 사는 데 드는 돈, ‘약값’의 ‘약’도 한자어다. 본래 값의 절반을 뜻하는 ‘반값’도 한자어 ‘반’에 ‘값’이 붙었다.

만남의 광장, 대화의 광장, ‘광장’에서 말은 만들어지고 선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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