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언론인’이란 탈을 쓴 ‘범법자들’

2025-10-19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 지수는 4개월 보름 동안 1050p가 상승, 40%p 가깝게 올랐다(종가기준 6월2일 2698p→10월17일 3748p). 올해 4000선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장밋빛 보도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 내내 답보하던 주가가 뛰는 배경에는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으로 상징되는 주식시장의 반칙이 사라져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란 기대도 반영돼 있다.

KBS는 지난 7월 4일 저녁 종합뉴스인 ‘뉴스9’에서 ‘기업 취재해 주식거래···수억 원 차익 실현’이란 제목의 단독 기사를 냈다. 2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알게 된 기업 내부 정보로 먼저 주식을 사고, 기사를 쓴 다음, 팔아서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3일 후인 7일 ‘뉴스9’에서도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개 뒤진다“는 제목으로 후속 보도를 했다. ‘한 상장사가 삼성에 핵심부품을 납품하기 했다’는 내용을 ‘단독’ 취재라고 강조하면서 주식시장 마감 직전 온라인으로 기사를 출고 했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 상장사는 보름 동안 100%가 올랐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해당 주식을 다량 매수한 뒤 호재성 기사를 쓰고, 매도하는 수법이었다. 11개월 동안 10개 종목에서 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게 골자였다.

이 두 건의 기사를 보도한 KBS 송수진 기자는 언론 전문 월간지 ‘신문과방송’ 10월호 취재기에서 ‘언론의 신뢰 자본을 기사를 통해 돈과 맞바꿨다’고 꼬집었다.

KBS의 기사는 언론계 내부의 치부를 과감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했다. 특히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2회에 걸쳐 다룬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언론사 기자들 20여명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처리해 부도덕한 언론사가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아 아쉬웠다. 권역별 뉴스로 전환되는 9시 30분 이후에 기사를 배치해 지역시청자들은 이 뉴스를 접할 수 없었다. 부당 거래 언론사는 KBS 보도가 나간지 10여 일이 지난 뒤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 매일경제신문 등이라고 실명 보도 했다. 매경 기자는 고발된 후 회사 측에서 징계 절차 논의가 착수되자 자진 퇴사했다. KBS의 단독 보도를 받은 중앙 언론사는 서울신문이 유일했다. 연예인 자살 사건처럼 클릭수가 나올만한 기사에는 기사를 수없이 쏟아내던 때와 크게 대비됐다.

한편, 7월 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SBS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SBS 직원 일부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협업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팔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때문이었다.

‘허위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국민 다수의 목소리에 언론계는 거세게 반대했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명분이었다. 언론자유를 개인이나 언론사의 사적 자유로 오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언론이 언론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벌어지면 철저히 함구한다.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임에도 선택적 보도로 대응한다. 언론이 이러니 국민이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게 된다. 지난 10·15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날 수용자는 언론사를 찾지 않고 국토부 홈페이지를 찾았다.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냉철하게 뒤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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