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주식 시장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초고위험 테마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가상자산(코인)과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으로 채워지면서 투기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0~17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5개가 가상자산 테마, 2개가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이었다. 2~5위가 아이렌, 비트마인, 볼래틸리티 셰어즈 2배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 티렉스 2배 롱 비트마인 ETF가 순이었고 이어 7위에 티렉스 2배 롱 마이크로스트래티지 ETF가 이름을 올렸다. 아이렌은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고 비트마인은 최근 이더리움을 대거 매집해 주목받고 있다.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도 순매수 상위권에 자리했다. 9위 아이온큐에 이어 10위는 디파이언스 2배 숏 리게티 ETF로, 리게티 컴퓨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2배 인버스 상품이다.
특히 이 중 4개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나타났다. 볼래틸리티 셰어즈 2배 이더리움 ETF는 이더리움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고 티렉스 2배 롱 비트마인 ETF는 비트마인 주가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티렉스 2배 롱 마이크로스트래티지 ETF는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대형 성장주보다 고변동·초고위험 상품에 자금이 몰린 셈이다.
이번 수급 흐름은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한 달 사이 15~25% 조정을 받은 뒤 반등 흐름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기회로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투자 흐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나타냈다. 유동성 장세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과열 패턴이라는 지적이다. 2017년 가상자산 급등기와 2021년 밈주식 열풍, 2023년 인공지능(AI) 테마 확산 시기에도 공통적으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특정 테마에 쏠린 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사례가 있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투자 방향성이 AI에서 코인·레버리지로 이동한 것은 남은 유동성이 말단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유동성 랠리는 이어질 수 있지만 급락 위험 또한 커지는 구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