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발표에 인텔 주가 반등... 립부 탄은 왜 시장의 환호 받았나 [위클리 디지털포스트]

2025-03-27

격랑 속 인텔의 새 선장, '립부 탄' CEO는 왜 환영받았나

AMD의 최종병기, 라이젠 9 9950X3D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스마트폰에서의 삼성과 애플처럼,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영원한 맞수는 인텔과 AMD입니다. CPU 출시 시기가 되면 두 회사의 제품들을 놓고 숨가쁜 테스트가 이어지고, 테스트 결과를 두고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설전'이 보기 드물어졌습니다. CPU 분야에서 인텔을 상대로 AMD가 우세를 점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텔의 공정 개발이 뒤처지고 있는 사이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을 TSMC가 인수한다는 루머가 나돌고, 펫 갤싱어 CEO가 사임하고 신임 CEO가 취임하는 등, 최근 인텔의 부진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다룬 뉴스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사이 AMD는 우위를 굳히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AMD는 '라이젠 5000' 시리즈부터 기존 CPU 제품군에 높은 게이밍 성능의 'X3D' 라인업을 추가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는데요. 게이머들 사이에선 이미 'X3D=높은 게이밍 성능'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수준인 데다가, AMD가 라이젠 9000 시리즈의 X3D 최상위 라인업을 출시했죠.

인텔vsAMD, 두 회사 경쟁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임 이후 수장이 부재했던 인텔이 18일부로 립부 탄 전 케이던스 CEO를 영입했습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 주식은 10%이상 급등했고요. 사실 립부 탄은 2022년부터 인텔 이사회에서 이사로 재임하다가, 2024년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 사임했다고 하죠. 즉 1년도 안 돼 CEO로 복귀한 셈인데요. 왜 시장은 립부 탄을 환영했을까요?

립부 탄 CEO는 반도체업계에 오래 몸담은 베테랑입니다. 2009년엔 반도체 자동화 설계 기업 '케이던스'의 CEO를 맡아 21년까지 이끌었죠. CEO로 임기를 이어가는 동안 케이던스는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렸고, 주가는 3,200%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베테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언정 반도체 '전문가'라고 부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립부 탄 CEO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했고, 1987년에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회사 월든 인터내셔널을 설립합니다. 즉 업계 이력을 '투자자'로서 시작한 거죠. 실재로 립부 탄은 신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개발자형 리더'가 아니라 업계 발이 넓고 경영 현안에 대한 판단이 돋보이는 '중재자형 리더'에 가깝습니다. 특히 그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이끌었던 '케이던스'는 반도체 회로 설계 소프트웨어 회사로, 인텔·엔비디아·AMD·퀄컴이 최첨단 칩을 설계할 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데요.

케이던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반도체 설계가 이뤄지는 만큼, 주요 고객사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각사의 최첨단 기술 등 고객비밀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가치를 내세운 TSMC처럼,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면서도 각각의 고객사와 적절한 의사소통과 조율을 해내는 역량이 케이던스의 CEO에게 필요했다는 거죠.

그리고 립부 탄 CEO의 재임기간 동안 케이던스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중재자형 리더'로서의 능력을 입증받은 셈입니다.

인텔은 격화되는 글로벌 테크 경쟁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만났습니다. 즉 외부적인 격랑 속에서도 고객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이어가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구멍이 생긴 인텔의 사업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리더가 필요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립부 탄은 그 자리의 적임자로서 시장의 환영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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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가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인텔에 반격의 신호탄을 제대로 날렸던 것은 2020년 출시된 '라이젠 5000' 시리즈부터였습니다. 가성비로 주목을 받은 메인스트림 모델 'AMD 라이젠 5 5600X'는 저렴한 가격에 당시 인텔 상위 라인업과 성능에서 경쟁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뒤이어 등장한 '라이젠 7 5800X3D'는 가히 충격적인 게이밍 성능으로 CPU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성능 테스트(벤치마크) 표에서는 차세대 '라이젠 7000' 시리즈가 출시된 와중에도 꿋꿋히 성능 테스트 상위권을 지키면서 'X3D=게이밍'이라는 인식을 사용자들에게 불어넣었죠.

이후 출시된 'X3D' 시리즈도 꾸준히 '게이밍의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커뮤니티 등지에서 라이젠 7 7800X3D, 라이젠 9 7950X3D에 '최고의 게이밍 CPU'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큰 이견이 없을 정도였는데요. 이번 '라이젠 9000' 세대에서 드디어 최상위 'X3D' 모델인 라이젠 9 9950X3D가 등장했습니다.

'X3D' 시리즈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기존 모델(이를테면 라이젠 9950X)에 대용량의 캐시 메모리를 추가한 형태(라이젠 9950X3D)입니다. 캐시 메모리를 3차원 수직 적층하는 기술을 활용해 CPU 안에 꽉꽉 채워넣은 거죠. 요즘 각광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적용된 메모리 수직 적층 기술과 동류의 기술로 볼 수 있는데요.

X3D 기술은 그동안 캐시메모리를 프로세서 위에 적층하는 방식을 사용해, 히트스프레더(방열판)를 통한 방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발열이 큰 프로세서와 히트스프레더의 거리가 멀어지다보니 기존 모델에 발열 해소 능력이 떨어진 거죠. 따라서 기존 X3D모델은 베이스 모델에 비해 클럭을 낮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라이젠 9950X3D에서는 배치를 바꿔 히트스프레더 아래에 프로세서가 위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작 클럭도 최대 5.7Ghz로, 기존 모델과 동일해졌고,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평가받았던 작업 능력에서도 라이젠 9950X를 능가, 진정한 하이엔드 모델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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