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독이 지난해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역성장 한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10억 아래도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건기식 사업 분할을 계기로 한독에 새로 영입된 인재들이 경영쇄신에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6%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0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9% 감소하며 2년 연속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3년 2.4%에서 지난해 0.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 289억원으로 손실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당기순손실 528억원으로 적자 폭이 82.4% 급증했다.
실적이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신용등급 전망 역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한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하향 사유로 ▲의약품 판매 부진 ▲저하된 이익창출력 ▲지속적인 투자로 차입부담 점증 ▲연구개발 성과 부진 등을 꼽았다.
한신평 관계자는 "외형이 감소하는 가운데, 높은 매출원가율과 고정비 부담으로 이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오픈이노베이션에 따른 자금소요 지속에도 투자성과는 저조하다"고 말했다.
한독의 매출액 감소는 2년 전 파트너사 알렉시온과 사업이 종료되며 발생한 매출 공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독은 지난 2009년부터 알렉시온과 협력해 '솔리시스', '울토미리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2022년 기준 두 제품 관련 매출은 508억원으로 한독 전체 매출의 9.5%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알렉시온을 인수한 지 3년 만인 지난 2023년 국내 판권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로 넘어갔다.
주요 대형 품목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한독은 지난해까지 매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매출 공백을 메꿔야 할 다른 주요 품목 역시 신통치 못한 모습이다.
한독 매출 비중 9%대를 차지하는 1등 품목인 당뇨 치료제 '테넬리아'는 지난 2022년 특허 만료 후 제네릭 경쟁이 심화되며 매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테넬리아 매출은 ▲2022년 466억원 ▲2023년 442억원 ▲2024년 3분기 누적 344억원을 기록했다.
'아마릴'과 '아마릴엠', '아마릴 멕스', '아마릴SR'로 구성된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군의 경우 2020년 기준 매출 461억원으로 회사의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했으나 ▲2021년 415억원 ▲2022년 523억원 ▲2023년 376억원으로 매출 감소세를 보이며 매출 비중 3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88억원으로 전년 동기(296억원) 대비 2.7% 줄었다.
매출 비중 2위를 차지하는 소염제 '케토톱' 매출도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케토톱 제품군의 누적 매출액은 3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급감했다. 이는 전년도 케토톱을 비롯한 일반의약품의 시장 유통 물량이 소진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주력 상품이 제너릭과의 경쟁에 직면한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후속 파이프라인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독은 제넥신, 레졸루트 등 다수의 바이오벤처와 오픈이노베이션을 벌여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제넥신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한 성장호르몬제(HL2356, GX-H9)가 2019년 임상 2상 종료 후 추가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 등 뚜렷한 연구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계사 레졸루트는 지난해 'RZ358'(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의 임상 3상에 돌입하고 최근 'RZ402'(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알렉시온과 사업이 종료되던 해 본격화한 헬스케어 사업 전략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한독은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존에 주력한 당뇨·희귀의약품 사업과 함께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사업 등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독은 지난 2023년 김미연 사장에 이어 의료기기·라이프 사이언스 사업부 총괄에 이은천 전무를, 전문의약품 사업부 총괄 자리에 김윤미 전무를 선임했다. 연달아 리더급 외부인사를 영입해 경영쇄신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헬스케어 분야 리더로 알려진 김미연 사장이 지난 2020년 조정열 대표 사임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던 전체 사업부문 총괄직으로 선임된 것에 주목했다.
지난해 김미연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힘을 싣는 등 헬스케어 부문 성장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아직 실적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독의 진단기기 및 시약 부문 매출은 ▲2022년 832억원 ▲2023년 80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52억원으로 전년 동기(621억원)대비 11% 넘게 줄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주로 의료파업 탓에 진단시약 매출이 감소한 영향으로 알려졌다.
'네이쳐셋', '레디큐'를 비롯한 컨슈머헬스 부문 매출은 ▲2022년 63억원 ▲2023년 100억원 ▲2024년 3분기 97억원으로 상승세지만 비중은 2%대에 불과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독은 헬스케어 부문 경영쇄신을 위해 올해 식품·건기식 사업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한독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배정받는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기일은 오는 5월 1일이다. 분할 이후 신설법인은 자산총계 294억원, 부채총계 42억원, 자본총계 252억원 규모로 운영을 시작한다.
한독 관계자는 "매출액 감소와 광고선전비 등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면서 "이자비용 증가와 관계기업 손상차손 인식에 따라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 및 당기순손실 적자 폭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변경을 통해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면서 "분할 회사는 분할 대상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 활동에 집중해 사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