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기후소송은 반쪽짜리?···기후위기 시대 헌법의 역할은

2025-01-22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에서 헌법을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재는 국가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부분만 위헌이라 판단하면서, 2030년까지의 목표가 충분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 세대를 위해선 헌법이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개헌까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 홀에서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세미나는 총 3회 중 첫 회로, 기후위기와 민주주의 위기, 개헌의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발제를 맡은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적시해 놓고서도 헌법을 좁게 해석해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8월 헌재에서 있었던 기후소송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당시 헌재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8조1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2030년 이후 구체적인 감축량을 정하지 않아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 승소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재는 그러나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3조1항이 불충분하다는 주장은 기각했다.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지를 보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기준으로 보면 탄소중리법 8조1항은 위반에 해당하나, 3조1항은 이를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한 교수는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은 ‘생까기 판결’”이라면서 “최소한의 조치가 있는지를 볼 게 아니라 현 정책이 차세대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까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했다. 독일은 2021년 기후소송에서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배출 55% 감축” 조항도 위헌이라 봤다. 감축 목표가 충분하지 않아 미래 세대의 생명권, 안전권, 재샌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우리들의 자손’을 헌법에 적은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국 헌법의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헌법 제119조나 제127조처럼 기업 중심의 경제질서와 성장만을 강조하는 조항이 기후 대응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을 주체로 인정하는 헌법 조항을 넣어 개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자연은 총체적인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에콰도르 헌법처럼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는 시각이 헌법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은 개헌과 별개로 “기후 시민의회 같은 것을 실제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대응에 관한 기초 정책 예산들에 대한 심의 거부권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조기 대선 과정에서 어떤 개헌이 필요한지 후보들이 책임있게 얘기하고 충분한 토의를 한 다음에 1~2년 사이에 시민 개헌안을 국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해 두 단계의 전면 개헌으로 가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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