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사' 최종구 "해외투자자, 탄핵보다 반도체법·상속세 더 관심"

2025-02-17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대통령의 탄핵 심판보다 반도체특별법 통과 여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 상속세 완화 등 구체적인 경제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다.”

최종구 국제금융협력 대사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야가 경제 활성화에 힘을 모은다면, 한국 경제는 금새 비상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1~14일 홍콩ㆍ싱가포르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고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 블랙록·핌코 등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고 왔다. 계엄 사태 이후 정부 주도의 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 대사는 “당초 생각과 달리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며 “(정치 불안이) 오래 가지만 않는다면 대외신인도나 신용등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게 주요 신평사와 해외 투자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신평사들은 “한국이 헌법과 민주적 규범에 의거해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재정 상황 악화로 이어진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해외 투자자의 관심은 정치보다 경제 현안에 쏠렸다. 최 대사는 “특히 상속세 이슈까지 파고드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은 상속세가 높아서 기업 오너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 밸류업을 위해선 상속세를 인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이에 최 대사는 “효율성과 형평성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해서 여야가 협의해야겠지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상속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해줬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 여부와 2단계 계획 준비 여부를 묻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최 대사는 “어떠한 정치적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최 대사는 “한국은행이 2월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까 싶다. 추경은 야당도 최상목 권한대행도 긍정적인 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실효성·지속성에 대해선 해외에서도 의구심이 크다고 그는 전했다. 한 외국 금융사 관계자는 “철강 25% 등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부과하는 게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며 “미국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다시 조정(recalibrate)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평사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신용등급 변동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사는 신평사들에 “정부는 관세 부과 시나리오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 등 부가가치세를 운용하는 국가에도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최 대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상호관세는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4월부터 부과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구체적인 얘기들이 나올 텐데, 미국의 주요 타깃인 유럽의 대응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할지 차차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경제특사 격인 국제금융협력 대사에 그를 임명했다. 12ㆍ3 비상계엄 이후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가 커지고,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한국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사는 금융위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낸 국제경제ㆍ금융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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