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가!” 현역 의원에 반말…이석기 보좌관, RO 실세였다 [남북 스파이 전쟁 탐구 4부-⑤]

2025-04-16

남북 ‘스파이 전쟁’ 탐구

〈제4부〉스파이 잡기 30년,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의 비망록

5화. ‘땀 범벅’ 그날의 여의도 : 국정원과 RO 충돌

2013년 9월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520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 앞 복도에서 한 당직자가 국가정보원 수사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수사관의 멱살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막으려는 자와 집행하려는 자. 두 사람은 날카롭게 서로를 노려봤다. 늦은 여름 의원회관 복도에 엉겨 붙은 국회 직원들과 국정원 수사관, 취재진의 옷은 모두 땀에 젖어 있었다.

사진은 기록이다. 이 장면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심판을 받게 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가 얼마나 살벌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는지 말한다. 한쪽은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하고 내란을 모의하는 조직을 막으려 했고, 다른 한쪽은 “국정원의 수사는 조작된 것”이라며 국회의원을 향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며 맞섰다.

하동환(58)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혁명조직(RO) 사건 수사과장으로 당시 여의도 국회 현장에 와 있었다. 일반적인 공안 사건에서 수사 지휘자가 현장에서 몸싸움을 직접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추가되기 때문에 압수수색 현장을 막아서는 자들도 웬만해서는 없다.

하동환은 그해 8월 28일 오전 6시 30분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현장에 도착했다. 3년 3개월의 내사를 끝내고 공개수사로 전환하던 첫날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수사관 40명이 진입했고, 어느새 소식을 들은 당원 100여 명이 의원실 문을 막아 섰다. 후배 수사관들은 의원실 진입을 머뭇거리고 있었다. 여성 당직자들은 의원실 안쪽에 있는 이석기 집무실 앞에서 “나를 밟고 가라”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국회는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야만 경찰 진입이 가능하다. 당일은 국회의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력 동원이 어려웠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입법처장에게 찾아가 “경호권을 대신 발동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처장은 난감해하며 “나는 못 하겠다”고 했다. 하동환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수사관들은 선풍기도 없는 회의실에서 당직자와 대치했다. 양측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동도 자유롭지 못했다. 화장실을 가는 경우만 이동이 허락됐다. 전쟁 속에 신사협정 같은 식이었다. 땀으로 뒤범벅된 와이셔츠는 찢어졌고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동환은 수사관들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의원실로 들어가려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를 붙잡고 이렇게 따졌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