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중앙은행 이름은 한국은행. 화폐를 발행하고 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며 통화량을 조절한다. 일본 중앙은행은 일본은행, 캐나다는 캐나다은행, 호주는 호주준비은행으로 번역된다. 모두 ‘은행’이란 말이 붙는다.
그렇지만 미국의 중앙은행을 가리킬 때는 ‘은행’을 붙이지 않는다. 주로 ‘연방준비제도’로 번역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다.” 이처럼 표현하는 뉴스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전의 번역어는 ‘연방준비은행’ ‘연방준비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방준비이사회’ ‘연방준비은행이사회’ 등 다양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대부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고 쓰다가 2000년께부터 ‘연방준비제도’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이원화돼 있다.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 이뤄져 있다. 중앙집권과 지방분권 사이의 타협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에는 ‘뉴욕연방준비은행’처럼 지역명이 붙는다. 이런 구조여서 하나의 단일한 은행으로 보지 않는다. 원어(Federal Reserve System)에도 ‘은행(Bank)’이 들어 있지 않다. 그렇더라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라는 표현에서처럼 하나의 기관으로 여긴다.
‘기관’과 ‘제도’는 쓰임이 다르다. ‘기관’은 조직이나 기구로 실체가 있고, ‘제도’는 사회적 규범이나 체계로 실체가 없다.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는 2년 전 ‘연방준비은행’으로 쓰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