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더 달려나갈 것 - SK 지크 유나이티드 강병휘

2025-10-24

국내 모터스포츠는 말 그대로 ‘스프린트 레이스’에 집중한 모습이다. 물론 인제스피디움에서 ‘인제 마스터즈’를 통해 내구 레이스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심’은 스프린트 레이스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내구 레이스’에 대한 열정을 계속 이어가며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선수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스테이션.B의 대표이자 SK 지크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모터스포츠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강병휘 역시 그러한 선수 중 하나다. 실제 그는 그 누구보다 ‘많은 내구 레이스’의 경험을 품고 있다.

금호 FIA TCR 월드 투어와 함께 열린 현대 N 페스티벌 현장에서 강병휘를 만났다.

Q 지금까지의 본인의 레이스 커리어를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강병휘(이하 강): 돌이켜보면 ‘원메이크 레이스’ 위주로 커리어가 이어진 것 같다. 원메이크 레이스가 비용적인 면에서 다른 경기보다 유리하고, 오직 선수의 기량으로 승부가 갈린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메이크 경기를 선택하다 보니 과거 KMSA 클릭 원 메이크 레이스부더 현대 N 페스티벌의 전신인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의 아반떼 MD,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 그리고 현재의 현대 N 페스티벌 금호 N1 클래스에 이르고 있다.

Q 소속팀인 ‘SK 지크 유나이티드’는 어떤 팀이며, 팀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

강: 우리는 세계 최고의 엔진오일 메이커 SK 지크의 후원을 받고 있는 ‘지크 유나이티드’ 팀이다.

기본적으로 팀의 구성은 미디어 인플루언서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프로급인 N1 클래스에는 나(스테이션.B)와 올해 새로 영입한 신우진 선수가 출전하고, N2 클래스에는 ‘모트라인’의 윤성로 대표와 ‘없섭 채널’의 황용섭(잇섭) 선수가 포진해 있다.

Q 현재 집중하고 있는 현대 N 페스티벌, 특히 N1 레이스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강: 아반떼 N이 기본기가 워낙 좋은 차다. 그리고 N1은 이러한 아반떼 N을 조금 더 ‘트랙 레이스’에 맞게 개발한 원 메이크 레이스카다.

레이스카의 기본적인 개발 컨셉은 바로 ‘세미 TCR’로 TCR로 향하는 ‘징검다리’의 성격을 갖고 있다. 브랜드에서 직접 설계하고 테스트해 개발된 레이스카라는 ‘완성도’의 매력은 물론이고 구매 비용 역시 약 8천 만원으로 상당히 효율적인 플랫폼이다.

그리고 투어링 레이스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도 ‘시각적인 매력’도 충분할 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 미케니컬 그립도 훌륭하다. 2.0L 터보 엔진과 DCT 조합으로 315마력 정도의 출력이지만, 출력 대비 랩 타임이 굉장히 잘 나오는 효율적인 차량이라고 생각한다.

Q 내구 레이스에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강: 2016년에 처음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도전했다.

솔직히 말하면 24시간 내구 레이스 자체를 원했다기보다 ‘한국이 아닌 다른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그 무대가 ‘꿈의 트랙’인 뉘르부르크링이었고, 마침 그곳에서 열리는 큰 경기가 내구 레이스였다.

그 직전에 현대차와 SBS가 진행한 랠리 드라이버 오디션 ‘더 랠리스트’에 집중하기 위해서 당시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며 올인했는데, 파이널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더 랠리스트를 통해 내 스스로가 랠리보다는 온로드 쪽이 더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도 그만 둔 상태였기 때문에 곧바로 해외 온로드 레이스를 알아보다가 뉘르부르크링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그렇게 접하게 된 내구 레이스가 정말 큰 매력이 있다는 것을 그때 눈뜨게 된 것이다.

Q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스프린트 레이스와 내구 레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강: 내구 레이스는 ‘긴 시야’가 필요하다. 30분짜리 스프린트 레이스도 5분 단위로 차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는데, 내구 레이스는 현재 스틴트(stint)는 물론 다음 스틴트의 변화 폭까지 예측하며 전략을 짜야 한다.

즉, 차에 피로를 주지 않으면서도 랩 타임을 효율적으로 뽑아내는 주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스프린트 레이스가 동물적인 감각과 본능으로 눈앞의 먹잇감을 쫓는 것이라면, 내구 레이스는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타야 한다. 좌뇌와 우뇌를 다르게 쓰는 느낌이다.

더불어 다른 클래스의 차량들과 섞여 달릴 때 발생하는 ‘트래픽’ 관리가 중요하다. 무작정 추월하는 게 아니라, 내 페이스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추월할 타이밍을 계산해야 한다. 이런 복합적인 계산이 내구 레이스의 묘미다.

Q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내구 레이스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 슈퍼레이스나 N 페스티벌 같은 대회에서의 도입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강: 시즌 중 한두 번이라도 3~4시간 정도의 이벤트 레이스를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N 페스티벌도 좋고, 슈퍼레이스도 좋다. 특히 슈퍼레이스는 이미 ‘나이트 레이스’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드라이버들이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해봤다는 장점이 있다. 어둠 속에서 달리는 것은 내구 레이스의 핵심 조건 중 하나다.

N 페스티벌의 N 차량들도 이미 뉘르부르크링 24시 양산차 클래스에서 내구성을 입증했다. 24시간도 가능한데 4시간 정도는 훨씬 수월하다. 르망 24시처럼, 시즌 중반에 해가 긴 여름철에 빅 이벤트로 긴 시간의 라운드를 하나쯤 편성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Q 가끔 ‘이제 늙었나 봐’라는 농담도 하는데, 투어링카 드라이버로서 전성기 기량을 유지해야 하는 시기다. 앞으로의 레이스 커리어 계획이나 방향성이 궁금하다.

강: (웃음) 사실 이번 시즌 DNF를 겪으며 ‘이제 후배들에게 시트를 양보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베테랑 선수들을 보면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빠르게 달릴 기량은 아직 있다.

다만, 내 스스로 냉정히 평가할 때 그 기량을 원할 때마다 바로 꺼내는 것, 즉 컨디션을 최상으로 맞추는 것이 조금 어려워진 것 같다. 하지만 타케우치 히데토시 선수나, 나와 동갑(80년생)인 TCR 월드 투어의 테드 비요크 선수처럼 슬럼프를 겪고도 다시 기량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나의 부족함’이라 생각하고, 미련이 남지 않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있다.

Q 다양한 국내외 무대를 경험했는데,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강: 한국 선수의 기량이나 기본적인 주행 페이스, 경기력 등은 절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슈퍼레이스나 현대 N 페스티벌 등 국내 최상위권에 포진한 드라이버들은 국제 무대에 나가도 금방 적응하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미 김규민 선수가 미국 무대에서 1위에 올랐고, 강동우 선수 역시 중국에서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국내의 팀, 선수들이 해외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팀과 선수들이 용기를 갖고 해외 무대의 문을 더 많이 두드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미디어 활동과 모터스포츠 선수 활동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은 없는가?

강: 솔직히 체력적으로 어렵다. 경기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삶과, 평소 다른 비즈니스를 하다가 시간을 쪼개 경기장에 오는 것은 다르다.

현대 N 페스티벌에 출전을 하는 주가 다가오면 경기 일정 3일을 비우기 위해 그전에 모든 일을 빡빡하게 당겨서 처리하고, 지친 몸으로 경기장에 오는 패턴이 반복된다. 수면도 부족하다. 물론 이것도 내가 플래닝을 더 잘해야 하는 나의 불찰이다.

또한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을 위해 촬영 및 기획까지 해야 하니 레이스에 100% 순수하게 집중하는 상태는 아닌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수하게 레이스만 하기 보다는 지금처럼 두 개의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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