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0시간 일하다 숨져”… 과로로 쓰러진 노동자, 5년간 1000명 넘었다

2025-10-28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이 주 80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 끝에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전히 과로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 현실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5년간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사망이 1000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 승인 건수는 총 1059건이었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으로 숨진 노동자 중 상당수가 과로와 높은 업무 강도,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289건, 2022년 222건, 2023년 186건, 2024년 21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8월까지 148명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같은 기간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 신청은 총 9839건, 이 가운데 3345건이 승인됐다.

과로사로 인정된 사례들을 보면 주 80시간이 넘는 ‘극한 노동’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숨진 노동자 A씨는 발병 일주일 전 주 85.2시간을 일했으며, 그 이전 석 달간도 평균 86.4시간씩 근무했다.

또 다른 노동자 B씨 역시 사망 직전 주 80.8시간을 일했고, 석 달 평균 근로시간은 79.4시간이었다.

이 의원은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야간근무와 장시간 노동 관행이 여전하다”며 “과로사가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 사망… ‘과로사 의혹’ 확산

한편 지난 7월, 서울의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5월 입사 후 주 58~80시간 근무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27일 성명을 내 “사망 전날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자정 직전 퇴근했고, 사망 닷새 전에는 21시간 연속 근무했다”며 “만성 과로와 급성 과로가 겹쳐진 전형적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과로로 숨진 것이 사실이라면, 동료 근로자들도 같은 환경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부의 즉각적인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업체 “안타깝지만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달라”… 노동부 감독 검토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유족과 고객들에게 사과하면서도 일부 근무시간 관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업체는 “당사의 부족한 대응으로 유족께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며 “초기 현장 대응의 부적절함으로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한 “숨진 직원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었으며, 신규 지점 오픈 과정에서 열정적으로 임했다”며 “해당 시기 업무 강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나, 지문인식기기 오류로 실제 근로기록 확인이 어렵다. 다만 함께 근무한 직원들의 근로시간이 평소보다 높았던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과로사 여부는 회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며,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 전면 재점검과 근무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유족 측의 과로사 주장과 관련해 해당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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