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계약서에 어떠한 내용이나 문구가 들어간 이후에는 그 내용이나 문구와 달리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즉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는 계약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계약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여 계약내용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사안의 경우 계약서에 문구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음에도 그 해석을 두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판단을 달리했다는 점에서, 사건 내용이나 법원의 관점이 흥미로워 소개하고자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 종종 등장하는 문구 중 하나가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한다’라는 특약이다. 이러한 특약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도소득세는 모두 매수인이 부담해야 할까.
문제가 된 사안은 매도인과 매수인은 농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라는 특약사항을 기재하였다.
또한 당시 매도인이 농지소재지 등에서 8년 동안 거주하면서 자경하였다면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 제1항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지만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매도인이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거주요건 8년이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잔금을 지급하면서 ‘양도세 신고 및 납부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라는 취지의 확인서도 작성해 주었다.
그런데 매매계약 체결 이후 확인해 보니 농지가 감면 대상이 되었다면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가 9900만원 가량인 반면, 감면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2억 9000만원 가량이었고, 실제 위 토지는 감면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 당시 약정한 대로 매도인에게 부과된 양도소득세를 최종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매수인은 계약서에 별도의 기재는 없지만 이 특약은 농지가 감면 대상이 되는 것을 전제로 그 외 양도소득세만 부담하기로 한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부과된 양도소득세 전부를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맞섰다.
항소심 판단 [인천지방법원 2024. 11. 22. 선고 2023나71776 판결]
이 사건 항소심은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면서 농지의 매매대금 9억 4000만원 가량, 부과된 양도소득세 규모를 고려하면 계약서 문구 그대로 해석할 수 없고 감면 대상이 아닌 양도소득세까지 부담하려고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매수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항소심 법원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면 여부와 관계없이 매수인이 모든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로 하였다면 매매대금 외에 약 1억 90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매수인이 그런 계약을 했겠냐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22785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다237691 판결)”라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서 하단에 기재된 이 사건 특약사항은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라는 것이고, 그 문언상 객관적 의미는 ‘이 사건 토지 매매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전부를 매수인이 부담한다’라는 것임이 명확하며, 이 사건 매매계약서나 확인서에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 양도소득세가, 매도인이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른 감면 대상에 해당하는 전제 하에 매도인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라는 내용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매수인의 필요에 의해 매도를 제안한 점, 매도인이 양도소득세 부담을 전제로 매도할 의사를 밝힌 점, 등기부등본상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어 계약 협상 과정에서 세무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의 조언을 받아 조세특례 조항의 요건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부가적으로 밝혔다.
대법원은 위 특약사항은 매도인이 감면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관계없이 매매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전부를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결론
실제 계약체결 과정에서 매도인이 감면 대상인지 모르겠으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모든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하면서 특약을 기재해달라고 하였다면 과연 매수인이 이에 동의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의사를 가지고 계약을 체결하였을지 알 수 없고 계약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된 상황이라면, 필요에 따라 매수하고 양도소득세 신고 등을 진행한 매수인보다는 매도인을 보호하는 것이 타당해보이고, 일응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도 매도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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