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형일자리'는 허상…GGM 노조가 증명했다 [박영국의 디스]

2025-01-16

입력 2025.01.16 11:50 수정 2025.01.16 11:5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애초에 '반값 임금' 앞세워 만든 일자리인데

'반값 임금'에 불만 품은 GGM 노조, 상생협약 무시하고 파업

상생형일자리는 허상이었음을 스스로 증명

“절대 지속 가능한 모델은 아닌데, 광주시에서 사업을 따내려 무리수를 둔 것으로 생각된다.”

2020년 4월. ‘상생형일자리’ 1호 공장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준공되기 1년 전, 상생형일자리 사업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국내 한 연구기관 자동차 분야 전문가가 건넸던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말은 5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공장이 어느 정도 돌아가자 근로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에 가입한 뒤 사측과 대립하다 파업에 돌입했고, 주주단은 투자 회수를 운운하며 파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상생형일자리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동종업계 절반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교통 등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금경쟁력이 높은 공장을 짓는다는 개념으로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가 ‘이상적 일자리 모델’이라고 홍보한 이 사업의 1호 공장인 GGM은 엄밀히 말해 정상적인 시장논리로는 존재할 수 없는 공장이었다. 사업 추진이 구체화된 2019년 당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공급과잉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5사의 생산능력이 총 460만대였는데, 그해 국내 생산 물량의 내수판매가 154만대, 수출이 240만대였다. 60만대 이상분의 공급과잉이 있는 상태에서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의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반값 임금’은 이 공장에 일감을 제공할 현대자동차에 강력한 유인 요인이 됐다. 당시에도 이미 평균 연봉 8000만원을 훌쩍 넘었던 현대차 근로자 임금으로는 경차를 만들어 팔아야 답이 안 나오지만, 반값 임금 공장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상생형일자리 사업은 2019년 1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에 서명하며 구체화됐다. 협정서에는 누적생산 35만대 달성까지는 GGM상생협의회에서 근로조건과 작업환경을 협의하고, 매년 임금인상의 경우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만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협정서 체결에 따라 현대차도 광주시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2대주주로 참여했다. 그렇게 존재할 수 없는 공장이 생겨났고,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것은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 됐다.

2021년 4월 GGM 공장이 완공되고 600여명의 근로자들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그해 9월 1호차를 시작으로 경형 SUV 캐스퍼 생산이 본격화된 이후 전기차 버전인 캐스퍼 일렉트릭이 위탁생산 모델까지 추가되면서 전문 위탁생산 공장으로 안착하는 듯 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했던가. 반값 임금 공장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입사했을 근로자들이 반값 임금에 불만을 품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상생협의회를 통해 근로조건을 협의한다는 협정을 깨고 노조를 만들더니, 강성 노동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상생형일자리의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반값 임금이다. 그걸 바탕으로 저가의 경차 위탁생산이라는 사업구조가 가능했다. 이 전제가 흔들린다면 상생형일자리 공장 GGM은 존재할 수 없다.

다른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 절반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게 부당한 것이었다면, 애초에 이 사업을 추진하지 말고 공장도 짓지 말았어야 했다. 근본적으로 ‘상생형일자리’라는 개념 자체가 허상이었다는 얘기다.

GGM에 투자한 주주단은 지난해 말 노조가 파업 추진에 나서자 “파업으로 인한 손해와 손실에 대한 법적 대응은 물론, 투자지분 회수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단에는 GGM의 유일한 원청업체인 현대차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의 투자 회수는 GGM의 일감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일감이 없는 공장은 문을 닫고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지금 GGM 노조는 상생형일자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허상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