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 성장은 물론 산업 발전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지만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묘수를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얼어붙은 경기로 기업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됐다. 투자를 줄이고 자금을 움켜쥐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 고용은 기업의 투자에서 비롯된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의 투자는 더더욱 절실하다.
특히 대기업이 투자하면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영향이 끼친다. 이른 바 낙수효과다. 흔히 대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중소기업은 생사가 좌우된다고 한다. 갑론을박이 존재하지만, 낙수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최대인 2024년 20조4000억원 대비 19% 이상, 금액으로는 3조9000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지난 해에 이어 해마다 투자를 늘리고 것이다.
'퍼펙트스톰'(복합 위기)이라 회자될 정도로 안팎의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라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은 물론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가 다른 기업보다 사정이 좋아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현대차 행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그리고 침체된 국내 경제를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기업은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나라에서 경제 성장을 기록한 곳이 있는 지는 자명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보조금과 규제·보호 정책 등으로 기업 투자를 지원·독려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기 부양과 산업 경쟁력 제고, 경제 회복을 위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기업의 투자 심리를 하루 빨리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가 지속되는 한 투자 심리 회복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기업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없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의 발목을 잡을 입법이 시행됐을 것이다.
수출과 내수 등 실물경제 주체인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릴 유인을 제공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가만히 놓아두는 게 차선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우대받는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형평성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영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을 희망하는 기업의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기업이 원하는 바는 정부와 국회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김원배 기자 adolfkim@etnews.com